[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끊기고 끊긴 흑백 … 백 수습이 승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16강 토너먼트> ○·김지석 9단 ●·루이나이웨이 9단

제5보(32~38)=강하다는 게 뭘까. ‘약(弱)’의 속성은 뭐고 ‘강(强)’의 속성은 뭘까. 바둑에서 널리 쓰이는 이치 하나는, 연결되면 강하고 끊기면 약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국면이 좋은 사례다.

 32~38. 백이 깊이 뛰어들었다. 수습에 승부를 건 과감한 결단이다. 솔직히 겁난다. 끊긴 중앙도 하변도 어느 것도 집이 없다. 소위 양곤마다. 흑진 속에서 잘 헤엄칠 수 있을까. 프로들의 중론(衆論)은 “걱정마라”다. 고생은 해도 수습은 된다는 건데… 대체 뭘 보고 그리 판단하는 걸까.

 답은 이렇다. 아래 위로 끊긴 백도 약하지만 흑도 강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도’와 비교하자. ‘참고도’ 1~6을 상정해볼 수 있다. 무난한 진행이다. 6 이후는 a와 b 정도를 맞봐서 수습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실전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참고도’는 중앙 흑이 우하귀와 연결되어 있지만, 실전은 중앙과 우하 흑이 끊겨 있다는 것이다. “끊기면 약점이 생긴다.” 변치 않는 이론이다. 전쟁터도 그렇다. 연락이 두절되면 위태로운 법.

 하변 백과 중앙 백은 공격은 좀 받겠지만 수습할 수는 있다. 흑도 좌우로 연결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38 이후의 변화야 여럿 있겠지만 그 변화를 보지 않아도 판단한다. 백도 싸울 수 있다.

문용직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