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 돈 잔치 끝났다, 충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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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특단의 경제회생책으로 동원했던 양적완화 조치를 6년 만에 끝내기로 했다. 양적완화 조치란 경기부양을 위해 자산 매입의 형식으로 시중에 돈을 주입하는, 그야말로 비전통적이고 비상한 통화정책 수단이다. 이를 종료한다는 것은 앞으로는 더 이상 억지로 돈을 풀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미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넘치는 유동성의 향연을 벌여왔던 세계경제는 이제 돈 잔치 이후에 나타날 금단 증세를 걱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고용률이 회복되는 시점에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고 거듭 예고했었다. 따라서 양적완화의 종료 선언은 미국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나아졌다는 뜻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여전히 큰 우리나라로서는 최근의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이 국제적인 유동성 위축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는 외자 유출 우려와 함께 심각한 국내 금리 인상 압력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수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에 이중의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엔 우리나라에 미치는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최악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98%포인트 떨어져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연준은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를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못박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한 국제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할 이유다.

 미국의 경기회복과는 달리 유럽과 일본의 경기는 도리어 뒷걸음질치고 있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기 상황과 통화정책이 나라별로 엇박자를 내면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각 경제주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일의 위험까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