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공론화 기구 만들어 해결토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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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끝난 임시국회에서도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법안이 계류된 지 벌써 3년째 표류가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논의조차 회피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중앙일보 경제포럼에서 밝힌 국회의장 직속의 '국민연금제도개혁협의회'를 하루빨리 구성해 공론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현행 국민연금의 문제점은 여야 모두 인정한다. 이대로 가면 2047년이면 연금이 고갈된다. 제도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수술 방법을 놓고 정부와 여당, 야당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이 문제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 적게 받도록' 고치겠다는 것이다. 현 세대의 부담을 늘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여당은 우선 연금은 낮추되 보험료 인상은 미루자는 생각이고, 한나라당은 소득과 관계없이 정부 재정으로 연금을 주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과 민노당 입장도 각각 다르다.

이같이 다른 입장이 국회에서 합의점 찾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안이 국민의 부담과 혜택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이어서 여론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는 방법은 각계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 협의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는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정치권이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다. 정치제도 개혁안을 마련키 위해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활동했던 정치개혁협의회가 모델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시한폭탄의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연금 수급자가 더 늘어나기 전에 고쳐야지 이 정권에서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돌리다가는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본다. 더구나 내년엔 지방선거, 내후년엔 대선 등 큰 선거가 잇따라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법안 처리는 더 어려워진다. 연금 개혁은 미적거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