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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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앞으로 10년이 선진국 도약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지금부터 경쟁력을 높여나가면 10년 후엔 잠재성장률이 6.1%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6700달러로 올라 10대 선진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면 잠재성장률은 2.6%로 낮아지고, 1인당 소득도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져 남미형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29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시나리오다. 한마디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갈린다는 얘기다.

여기서 선택은 자명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뿐이다. 사람의 성장과정에도 때가 있듯이, 나라가 발전하는 데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사람이 청소년기에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야 건강하고 유능한 성인이 되듯이, 나라도 중진국 단계에서 힘을 길러 성장의 탄력을 받아야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 성장해야 할 시기를 놓치면 그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성장의 시기를 허송한 셈이다. 앞으로 10년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렇다고 선진국 진입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팎의 여건이 썩 좋지도 못하다. 거대 중국의 부상은 한국 경제의 입지를 좁히고 있고,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막대한 통일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진국 도약의 길을 택한다면 지금부터 당장 나라의 역량을 한 데 모아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정부 행태는 이 같은 기대에 회의를 갖게 한다. 분배냐 성장이냐의 논란에 임기의 절반을 보냈고, 경제정책이라곤 강남 부동산 때려잡기밖에 없다. 성장 동력을 키우는 일은 뒷전이고 균형발전을 한다며 수도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온 정부가 매달려 있다. 이래서는 선진국 도약은커녕 중진국 자리도 지켜내기 어렵다. 이제라도 성장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