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인근 주민들 '연대장 오 대령 구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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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3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옥계1리. 지난달 19일 전방 소초(GP) 총기난사 사건으로 여덟명이 희생된 육군 태풍 독수리 부대 인근 마을이다.

이곳 홍성덕(52) 이장이 이 집 저 집 옮겨다니느라 구슬땀을 흘리며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좋은 일 하느라 수고하신다"는 인사를 건네며 흔쾌히 서명한다.

부대 인근 주민들이 총기사건 이후 보직 해임된 81연대장 오주석(49.육사 37기) 대령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 제출을 준비 중인 모습이다. 지난해 6월 부임한 오 대령은 총기 사건 발생 직후인 22일 지휘책임을 물어 보직 해임돼 현재 징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홍 이장은 "북한과 마주한 전방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오 대령만큼 지역 주민을 가족처럼 아끼는 군부대 지휘관은 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연천군 중면 삼곶리.횡산리와 군남면 옥계 1, 2, 3리.선곡리 등 81연대 인근 지역 6개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주민 500여 명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시작, 3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번 주 중 서명 운동을 마무리하고 탄원서를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 제출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탄원서를 통해 "어려운 농촌 주민들을 헌신적 도와 온 오 대령이 지휘관으로 역량을 다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오 대령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내 모내기를 집중 지원하는 등 지역 노인들을 극진하게 모셨다. 보건시설이 열악한 오지 마을 주민들을 위해 매달 한 차례씩 부대 의무반을 마을 진료소로 개방했으며 무료 이.미용 봉사 활동도 펼쳤다. 사건 사흘 전인 지난달 16일엔 주민 30여 명과 노인 50여 명을 부대로 초청, 주민위안.경로 잔치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종만(59) 전 군남면장은 "오 대령은 민통선 출입 영농을 비롯한 각종 부대 관련 민원협의 때도 언제나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수렴하고 주민 불편을 스스로 찾아내 해결하려고 노력한 훌륭한 분"이라고 말했다.

지역 이장 여섯 명은 오 대령이 보직 해임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난달 22일 함께 모여 부임 뒤 1년 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그의 구명방안을 논의하던 끝에 주민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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