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부동산 마케팅도 '별난 세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분양 로비스트 고용''변호사 사무실에서 분양 계약''사전 예약 안 하면 모델 하우스 방문 사절'…. 요즘 잇따라 나오고 있는 수십억원대의 초고가 부동산 상품을 팔기 위해 도입된 튀는 마케팅 기법들이다.

평당 2900만원(최고 27억여원)짜리 오피스텔로 시선을 끈 서울 서초구 부띠크 모나코 시행사인 범우공영은 분양 대행사를 2곳이나 쓴 것도 모자라 상품 홍보를 도와줄 30여 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이들은 대부분 화가나 큐레이터.디자이너.연예인.경제계 인사다. 회사 측과 분양받을 가능성이 있는 문화.예술인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외국인 등 재력가들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했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이들이 분양 대행사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자들에게 입소문을 내준 덕에 분양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40억~50억원대인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 K단독주택단지(총 21가구)의 경우 '비공개 마케팅'을 택했다.

모델 하우스와 공사 현장을 방문했던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모델 하우스엔 사전 예약한 사람만 들여보낸다는 것. 특히 회사 측은 공신력을 높인다며 분양 계약을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다는 것. 전원주택 전문 분양.개발업체인 광개토개발 김영태 사장은 "최근 수도권에 분양 중인 수십억원대 고가 주택은 떠들썩하게 소문을 내지 않으면서 부자들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비공개 마케팅을 즐겨 한다"고 말했다.

SK건설이 다음달 초 분양하는 용인시 기흥읍 아펠바움 골프빌리지의 경우 사전에 고소득.전문직 종사자 30여 명에게 설계도와 건축모형을 보여준 뒤 장단점을 파악해 설계에 반영했다. 이 주택 분양가는 25억원 정도다. SK건설 박재형 부장은 "평균 자산 30억~40억원의 부자들을 상대로 한 유통업계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초우량 고객) 마케팅이 부동산업계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