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도둑, 윽! 로봇에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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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정보통신부가 29일 도둑잡는 우체국 도우미 로봇 등 최첨단 로봇들을 선보였다. 도둑잡는 로봇은 야간에 외부인이 침입하면 그물망을 발사해 침입자를 제압하는 기능이 있다. 임현동 기자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도둑 잡는 로봇은 사무실에 몰래 들어온 침입자를 발견하자, 음성으로 1차 경고를 했다. 침입자가 말을 듣지 않자, 가슴 속에 있던 그물을 던졌다. 그물은 6m가량을 날라가서 침입자를 옭아맸다. 스파이더맨이 그물을 던지는 것과 흡사했다. 이 로봇은 삼성전자컨소시엄이 개발중인 '도둑 잡는 우체국 도우미 로봇'으로 2~7m 거리에 있는 침입자를 제압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광화문 청사 대회의실에서 방범 로봇을 비롯해 네트워크(통신망) 기반의 지능형 로봇 7종류를 한곳에 모아 선을 보였다.

이날 정통부가 선보인 로봇들은 시제품 단계의 로봇으로 내년 하반기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로봇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있는 중앙컴퓨터(서버)의 지시를 무선으로 받아 움직였다. 기존에 개발된 로봇들이 두뇌를 갖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과 다르다. 정통부 류수근 산업기술팀장은 "두뇌가 있는 로봇은 모든 시스템을 몸안에 갖춰야하기 때문에 무겁고, 비싼 편"이라며 "네트워크 기반 로봇의 두뇌역할은 멀리 떨어져 있는 중앙컴퓨터가 하는 만큼, 언제든지 성능을 개선할 수 있고 가볍고 싸게 만들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유진컨소시엄의 가정용 정보콘텐트 로봇 '주피터'는 주인이 부르면 다가오고, 주인의 명령에 따라 노래를 불렀다. 이 로봇은 동영상 채팅 기능을 갖춘 컴퓨터 역할도 한다. 한울컨소시엄의 '네트로'의 주요 기능은 청소지만 교사와 학부모간의 메신저 역할도 한다. 가령 교사가 인터넷으로 알림장을 전송하면, 네트로가 이를 수신해 주인에게 알림장 내용을 읽어준다. 아이오테크컨소시엄의 로보이드는 장난감처럼 생겼다. 이모티콘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수신하면 로보이드는 이모티콘을 해석해 감정표현과 함께 주인에게 문자 메시지 내용을 읽어준다. ETRI가 개발한 연구용 로봇 '웨버R1.C1'은 주인이 부르면 다가오고, 주인의 얼굴을 알아본다. 이 로봇의 영상촬영 기능을 통해 주인은 외부에서 집안의 상황을 살펴볼 수도 있고, 도둑 침입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주인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날린다.

삼성전자컨소시엄의 도둑 잡는 우체국 도우미 로봇은 방범 기능은 물론 고객들에게 우편번호 검색, 주소 인쇄 등을 해준다. 정통부 진대제 장관은 "내년 하반기에 100만원대의 네트워크 기반 로봇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의 통신망 인프라를 활용한 '국민 로봇'을 만들어 로봇 상용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희성 기자<budd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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