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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률 4.5% 바닥권 … 이름뿐인 저축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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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1985년 10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저축의 날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대통령, 국무총리에 경제부처 장관이 총출동했다. 참석자만 4000명이 넘었다. 저축 유공자 포상을 받은 사람은 809명, 이 중 190여 명은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 초청됐다.

 30년이 지난 28일 제51회 저축의 날 기념식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행사는 조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주재했고 배우 김희애와 개그맨 서경석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수상자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91명이었다.

 저축의 날은 이제 이름 뿐이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2%로 낮춘 이후 예금금리가 하강하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28일 농협은 연 2.12%였던 12개월짜리 ‘채움 정기예금’ 금리를 2%로 0.12%포인트 낮췄다. 외환은행 역시 2.3%였던 ‘e-파트너 정기예금’ 금리를 2.25%로, 2.15%였던 ‘YES큰기쁨예금’ 금리를 2.05%로 인하했다. 경남은행은 2.15%였던 ‘마니마니 정기예금’ 금리를 2.1%로 내렸고, ‘월복리솔솔 정기예금’ 금리도 2.1%에서 2.05%로 조정했다. 한은 기준금리만도 못한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도 이젠 흔하다. 전북은행은 이날 1.8%였던 정기예금 금리를 1.6%로 낮췄다.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세계에서도 바닥권이다. 지난해 가계 순저축률(지출하고 남은 돈 가운데 얼마만큼을 저축하는지 나타내는 비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를 밑돈다. 스위스(13.3%), 호주(10.4%), 독일(10%)보다 한참 아래다. ‘세계의 소비시장’이라 불리며 저축 안하기로 유명한 미국(4.5%)과 동률이다. 한국보다 저축률이 낮은 곳은 헝가리(4%), 체코(3.9%) 같은 신흥국이나 일본(0.9%) 정도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저축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고,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저축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저축이 경제의 최후 보루인 만큼 저축을 진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현숙 기자

낮은 금리에 세제 혜택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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