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성이 「대성」이다" 고씨·양씨문중 해묵은 다툼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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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양부냐, 양고부냐.
「제주삼성」가운데도 양대성인 고씨와 양씨간의 오랜 「백숙 다툼」이 또 다시 재연, 가열되고 있다.
시비의 발단은 지난해11윌 제주도교육위원회(교육감 양치종)가 「제주의 뿌리」를 찾는다며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녹등 사서(사서)에서 제주에 관재된 기록만을 모두 발췌, 번역해 발간한「탐나사료지」-.
고씨종친회가 이 사료지에 대해 『고의로 고씨에 대한 기록을 깎아 내리고 빼버려 역사를 왜곡하고 고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고씨중앙종문회(회장 고형곤)는 이어「탐나사료지」의 잘못된 부분을 낱낱이 열거한 증빙문헌을 첨부한 진정서를 최근 문교부등 관계요로에 내고「역사를 왜곡하는」사료지의 전면회수와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재필 고재호 고정동 고재청 고판남씨등 고씨문중 각계인사 20여명의 연명으로 된 이 진정서에서 고시측이 잘못을 자장하는 핵심은 전통적인 고양부3성의 서열을 「양고부」로 바꾼 것과 고씨 문중에 대한 불미스런 기사만 골라 수록하는 대신 양씨문중의 불미스런 기사는 빼버린 「편파편집」.
이와 함께 각종 사서의 한문원문 번역에서 1면에 3∼4군데씩 6백85면에 모두 2천5백여곳이 잘못 번역됐거나 탈자·오자투성이여서 사료로서의 가치는 물론 교육용으로 도저히 쓸 수가 없다는 주장이다.
고씨측은 『이 사료지의 고씨에 대한 이같은 편파적인 편집이 사료지 발간사업을 관장한 도교육감 안치종씨가 자기조상들 높이려는 의도에서 고의적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고씨측이 지적한 편파편집의 사례는 ▲제주상고시대 고씨가 세습해오던 제주의 실질적 통치자인「성주」직에 대한 기록을 빼버렸고 ▲고려정종때 제주인으로 처음 과거에 급제한 고유와 그 아들 고조기등 고씨선조의 기록을 상당수 빼고 불미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양부의 서일은 오래전부터 통설로 되어 있고 문헌을 통해 정당한 것임이 입증되고 있는데도 양씨의 조상 양성지가 편찬한 「고려사지리지」와 그것을 그대로 옮긴 「세종실록지리지」만을 인용발췌해 「양고부」로 기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양치종 제주도교육감(63)은 『사료지는 제주대 강사로 제주역사를 오래 연구해 온 김행옥씨가 8년전에 완성한원고로 돈이 없어 출판을 못하고 있던 것을 도교육연구원(당시원장 신용준)에서 가치가 있다고 보고 1천만원을 지원, 1천권을 인쇄해 도내 각급학교와 전국 공공도서관등에 기증했다』고 밝히고 『내가 양씨라고해서 편파적인 편집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만일 오역등 잘못이 있다면 사실을 확인,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발간직후 고씨측에서 불만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저술자인 김씨에게 문의한 결과 『정사르 위주로 했고 편찬자의 견해에 따라 일부 취사선택을 했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문교부등에 진정한 사실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고씨와 양씨간의 이 서차(서차) 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
김종업씨가 저술한 탐나의 「상고사논고」에 따르면 영주지·동문선·고려사등 삼성에 언급한 고사서중 「고양부」로 되어 있는 것이 15종, 「고부양」이 7종, 「양고부」가 10종. 이 때문에 삼성이 서로 맏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세력이 비등한 고씨와 양씨간에 심심잖게 입씨름 거리가 돼 왔다.
삼성의 시조를 모시는 삼성사에는 삼신의 위패가 왼쪽부터 양·고·부의 순서로 모셔져 있는데 이를 놓고도 양씨들은 『좌측부터 순서를 치는 법이니 양씨가 앞』이라고 하는 반면 고씨들은 『당연히 중앙이 맏』이라고 맞서고 있어 해묵은 서열 다툼은 쉽게 매듭지어질 것같지 않다. <문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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