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미국을 이라크 수렁에" 6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미국인 62%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이라크 수렁에 빠뜨렸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60%는 '미군이 좀 더 주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연설을 앞두고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ABC뉴스가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미 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기 전 미국민을 "고의로 오도했다"는 응답자가 5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3개월 만에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신문은 미 정부가 이라크 전쟁 결정을 내리면서 정보를 왜곡, 조작했다는 영국 총리실 문건이 최근 폭로돼 미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부추긴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 응답자 56%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관련 업무수행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 빠졌다고 답한 사람들도 62%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10명 가운데 4명꼴로 부시의 대통령직 수행에 크게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부시를 크게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그러나 60% 가까운 응답자들은 미군이 이라크에 그대로 주둔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각적인 철수를 주장하는 이들은 8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또 이라크 상황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3%로 지난 12월보다 7%포인트 늘어났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적으로 미국 안보에 기여했다는 응답자도 이달 초보다 5%포인트 높은 52%로 조사됐다. 그러나 응답자 22%가 이라크 저항세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답한 반면 24%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공화당원 35%, 민주당원 13%,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은 응답자 19%가 이라크 저항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답해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관점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 대다수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권이양 1주년을 맞아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 기지에서 이라크 주둔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당부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다. 워싱턴 포스트-ABC뉴스 여론조사는 23~26일 전화 인터뷰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 3%포인트다.

한편 CNN, USA투데이,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3%가 부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역대 여론조사 가운데 최악의 평가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