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골프채' 몰라본 도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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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떤 금고도 5분 안에 열 수 있다'며 금고털이 1인자를 자임해온 최모(48)씨. 그는 지난 3월 청송감호소에서 만난 동기 문모(44)씨 등과 함께 경기도 여주에 있는 김모(47)씨의 별장을 털기로 했다.

골프채 수선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김씨의 금고에 수십억원의 현금이 보관돼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범행에 나선 최씨 일당은 유리창을 깨고 최씨 별장에 침입, 금고를 여는 데 성공했지만 금고 안에 돈은 없고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만 들어 있었다. 이들은 이 귀금속과 거실에 있던 골프채 세 세트를 훔쳐 달아났다. 그리고 골프채 세 세트를 125만원에 골프용품점에 팔아넘겼다.

그러나 최씨 등이 훔친 골프채 중 한 세트는 1억원이 넘는 고가품이란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최씨는 최근 또 다른 범행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골프채 세트는 2001년 타이거 우즈의 4대 메이저대회 제패를 기념해 미국의 골프용품회사 타이틀리스트가 500개를 한정 제작한 희귀품이었다. 일련번호가 적혀 있는 이 골프채는 국내에는 단 하나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에 판매되지 않아 정확한 시가 산출이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25만 달러(2억5000만원)에 경매에 나온 적이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 김씨도 이 제품의 가격을 1억5000만원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팔지 않았던 골프채"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8일 최씨 등 일당 네 명에 대해 특가법상 절도와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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