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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새는 집 한심…업자·당국·집주인 모두 무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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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게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세 6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사는 '진짜' 서민인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장마철에 비가 새지 않는 집을 원한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비가 새는 두려움을 모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내가 없는 사이 집에 물이 새서 바닥에 흥건히 고이면 어쩌나, 합선돼 집에 화재가 나면 어쩌나 늘 걱정이다. 장마가 시작된 어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그마치 네 개의 냄비를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아 두었다.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비가 뚝뚝 흐르기 때문이다.

처음엔 비가 새는 집을 허가해 준 건설교통부가 미웠다. 집의 기본 역할인 방수 기능이 없는 집을 짓는 건축업자의 안이한 태도도 기가 막혔다. 이 집을 구할 당시만 해도 내부와 겉은 괜찮아 보였다. 물이 새는 집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집 주인 역시 일언반구도 없었다. 실상을 알게 된 뒤 보수를 요구하자 집주인은 손을 써 준다고 말만할 뿐이다.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부동산 가격을 잡느니 마느니 얘기하지만 세금이 나올 만한 곳만 개혁 운운하는 것 같다.

이연주.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