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UP] '가을로' 시나리오 20억원에 일본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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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수출품목'이 다양해졌다. 영화를 완성하지 않고도, 스타가 나오지 않고도 '아이디어' 자체를 외국에 파는 경우가 늘고 있다. 9월께 크랭크인 하는 '가을로'가 대표적 경우. 최근 일본에서 시나리오 값만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았다. '완제품'에 대한 흥행 지분, 부가 판권 등을 제외한 '미니멈 개런티'다.

그렇다고 그냥 팔린 건 아니다.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 첫째, 일본인의 정서에 호응하는 아이템 개발. '가을로'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옛 연인의 여행노트를 7년 만에 받아든 한 남자가 잃어버렸던 사랑의 흔적을 찾아가는 얘기. '러브 레터''지금 만나러 갑니다'처럼 지금 세상에 없는 연인과의 수정 같은 사랑을 다룬다.

둘째, 시나리오의 사전 번역. 일본어 전문가를 기용해 지난 2월 번역을 완료하고, 일본 영화사들을 노크했다. 여기에 일본에서 호응을 얻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도 이름값을 했다. 강풀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할 '아파트'는 시나리오도 없이 일본에 수출됐다. 공포영화 전문감독 안병기씨의 후속작이라는 사실 하나로 역시 200만 달러를 받았다. 두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세상의 안동규 대표는 "오랜 시간을 두고 두 프로젝트를 준비해왔다"며 "영화 수출 역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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