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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음악교사 스즈키 학력·경력 모두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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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듯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익히도록 하자고 주창한 이가 스즈키 신이치(1898-1998·사진)다. 이른바 스즈키 음악 교육으로 지금도 46개국에 있는 스즈키 센터에서 40만 명의 어린이들이 배우고 있다. ‘전설적인 음악 교사’인 그가 정작 자신이 교육 받은 과정에 대해선 ‘거짓말’을 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스즈키가 1921년부터 8년 간 베를린 음악학교에서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교육자였던 카를 클링거한테 배웠으며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가깝게 지냈다는 주장을 두고서다. 스즈키는 자서전을 통해 클링거의 유일한 개인 지도학생이었다고 말하곤 했다.

 학교 기록은 그러나 그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 스즈키가 베를린 음악학교에 응시한 건 23년이었다. 클링거로부터 배웠다고 주장한 해로부터 2년 후인 셈이다. 그는 오디션 때 “클링거에게서 사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으나 결국 입학이 거부됐다고 돼 있다. 당시 오디션 평가단엔 클링거도 포함됐었다. 이 같은 오디션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한 미국인 바이올린 주자이자 음악 교사인 마크 오코너는 “우리가 아는 한 스즈키는 제대로 된 바이올린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적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18살 때부터 독학한 경우로 어떤 오케스트라에 속했던 적도, 직업적으로 연주활동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스즈키가 독일에 있을 때 아인슈타인이 후견이었다는 주장을 두고도 오코너는 “스즈키의 아버지가 만든 바이올린을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인슈타인에게 전달했을 때를 제외하곤 가깝게 지냈다는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오코너는 이어 “그가 자신의 교육 방법을 팔기 위해 얘기를 꾸며낸 듯 하다”며 “그간 어느 누구도 그의 과거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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