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사물인터넷 시대 준비물 세 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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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

신발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신발이 좌우 진동을 통해 길을 안내해 주는 ‘스마트 슈즈’, 운동 시 상태를 체크해주는 건강 도우미 ‘스마트 밴드’, 옷에 칩을 삽입해 휴대폰과 연결하여 비즈니스 업무를 돕는 ‘스마트 수트’, 이런 웨어러블 컴퓨터 기기들뿐 아니라 스마트 카, 스마트 홈에 이르기까지 모든 컴퓨터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사물인터넷(IoT)이 각광을 받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올해 2500억 달러에서, 2020년 82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규모도 2조9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사물인터넷 시장을 2020년까지 30조원 규모로 키우기 위해,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물인터넷이 주목 받는 이유는 융합을 통한 혁신에 있다. 가전, 자동차, 유통, 헬스케어, 제조, 금융, 공공 서비스 등을 비롯해 전 산업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와 부가가치 창출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도화된 사물간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는 커다란 스마트 기기로 변화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컨티넨탈(Continental)은 IBM과 협력해 이호라이즌(eHorizon)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차량간 수집된 데이터와 도로 교통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안전하고 최적화한 운전 환경을 제공한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은 교통흐름과 도로안전 개선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했다. IBM 솔루션을 통해 차량의 실시간 센서 데이터와 도로교통 데이터를 통합해 도로상황을 감시하며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집중 육성할 계획인 스마트공장도 사물인터넷이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설비와 자재, 제품이 센서나 칩을 통해 데이터와 정보를 서로 교환, 통신하고, 이러한 정보를 분석해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꾀하게 된다.

 무궁한 잠재 가치를 지닌 사물인터넷 시대를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3가지 전제가 고려되어야만 한다. 먼저, 사물인터넷의 산업 표준이 필요하다. 이번 ITU 전권회의에서도 사물인터넷 표준은 주요 아젠다로 논의되고 있다. 국가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표준 선정은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표준 선정에 앞서 국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준 개발과 국가와 산업계를 아우르는 통합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사물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2020년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된 기기가 280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물과 사용자들이 남긴 데이터는 모래 속 보석과 같은 숨은 가치를 제공한다. 만약 우리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러한 데이터들을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킹 등 보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준비다. 사물인터넷은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디바이스 등 생태계 별로 다양한 보안위협이 존재하지만, 인식은 낮은 편이다. 보안 관련 사고는 제조, 서비스, 국가 기반시설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보안 위협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고려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 편리함을 가져다 준 사물인터넷. 개인의 편리를 넘어서, 기업, 도시, 국가의 경쟁력 확보와 생존을 위한 과제이자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편리함과 안전함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지혜가 집중되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지난 5월 미래부 주도로 발족된 IoT 글로벌 민·관 협의체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업들은 체계적인 전략과 기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학계 역시 지속적인 연구로 사물인터넷을 넘어서는 미래 지향적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우수한 인재 배출을 통해 국가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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