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사 미담' 언론사에 비난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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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는 자비의 도량으로 알려졌던 '수경사'의 또다른 실상이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폭로된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간 미담 보도를 했던 언론사엔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모두 관련 방송을 내보냈던 지상파 방송 3사는 26.27일 사과문을 발표하는 한편 사과방송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는 25일 '선행 속에 감춰진 비밀-수경사의 두 얼굴' 편을 통해 서울 은평구 수경사 내의 아동학대를 취재.보도했다. 선량한 인물로 묘사됐던 스님들이 실제 50℃에 가까운 물로 아이를 목욕시켜 화상을 입히고 구청에서 지급되는 아동 보호비용을 유용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방송이 가져 온 파문은 컸다. 시청자 게시판은 수경사 스님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고, '수경사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사이트'도 개설했다. 네티즌들은 또 과거 이 사찰을 미화 보도했던 언론사들을 찾아 수백 건의 비난 글을 띄웠다.

문제가 확대되자 언론사들의 '자기반성'도 잇따르고 있다.

2003년과 2004년 '우리시대'와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수경사 이야기를 방송했던 MBC는 26일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제작진 사과문을 실었다. 지난해 3월 주요 아이템으로 내보냈던 KBS 'VJ특공대' 역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지난 2월 미담 보도를 했던 SBS '생방송 모닝 와이드' 제작진도 27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네티즌들은 일부 신문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지난 2월11일자 '티없는 이 생명이 부처님께 주신 화두'란 제목의 기사에서 "스님들이 분유도 가장 비싼 것을 먹이고, 몸이 약하다 싶으면 녹용.인삼 넣은 한약도 지어먹였다"고 보도했다. 동아도 2002년 12월 관련 기사를 썼으나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다며 수경사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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