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도로 추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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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건설본부가 철새 도래지를 관통하는 도로 건설을 추진, 해당 지역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도 건설본부는 2008년까지 257억원을 들여 화성시 향남면 구문천리(발안산업단지)에서 평택시 청북면 삼계마을을 연결하는 왕복 2차선 도로(길이 3.5㎞)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건설본부는 현재 도로 편입 부지에 대한 수용과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지역 환경보호단체와 주민들은 이 도로가 지날 예정인 구문천리 산 95 일대와 맞은편 농지에는 왜가리와 해오라기.백로 등 여름 철새들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1000여 개의 새 둥지가 밀집해 있다고 주장하며 도로 개설에 반대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철새들은 인근 발안산업단지 부지에 주로 서식했으나 산업단지 조성공사가 본격화한 2~3년 전부터 이곳으로 옮겨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화성환경운동연합 이홍근 사무국장은 "이 지역에선 육안으로도 각종 새의 둥지가 널려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를 무시하고 도로 개설을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도로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도로건설 관련 실무자들이 하루빨리 현지 환경운동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조사를 벌여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또 도로 개설이 불가피할 경우 여름 철새 서식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인근 남양호.발안천 등을 피해 우회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박명원 건설본부장은 "전문기관에 의뢰한 사전환경성 검토 당시엔 철새도래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환경성 검토 담당자와 시행.시공사, 환경단체 대표 등과 함께 정확하게 현장 조사를 벌인 뒤 노선변경이나 착공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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