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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헌론에 알레르기 반응 … 미래 권력 논의에 경제 묻힐까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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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와대는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16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국에서 “정기국회 후 개헌 논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한 바로 다음날 실수라는 취지로 사과발언을 했는데도 “당 대표가 실수로 한 말이 아니다”(21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에서 가장 개헌에 부정적인 인사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올 들어 두 번이나 개헌을 ‘블랙홀’로 규정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 당시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블랙홀같이 빠져들 것이며, 경제 회복의 불씨가 꺼질 것”이라고 했던 박 대통령은 열 달 뒤인 지난 6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개헌 논의는)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 어떤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개헌에는 미온적이었다. 2012년 11월 “개헌은 정략적 접근이나 시한부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위기 극복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에 담긴 것처럼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개헌 논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지금은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할 때지 개헌으로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갈등의 불씨가 될 뿐이라는 인식이다. 개헌론으로 관심이 옮겨가면 국정 과제의 추동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치적으로도 개헌 논의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개헌론은 자체가 미래 권력에 대한 얘기”라며 “개헌론이 불거지면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논의가 근간을 이룰 텐데 논의의 중심이 미래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근혜계 인사들은 일부 인사가 박 대통령의 힘을 개헌 논의 과정에서 빼놓고 대권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정권 초반부터 개헌 얘기를 꺼낸 적은 드물다는 게 친박 인사들의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임기 절반을 마친 뒤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까지 하고 출발했으나 약속이 불발될 때까지 여권에선 개헌 논의를 금기시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논의를 시작한 건 각각 2007년, 2010년으로 집권 중반 이후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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