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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 맞은 우리 딸 숙녀됐네 … 이젠 건강도 챙겨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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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중앙일보 헬스미디어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주최한 초경 축하행사에 참가한 최서연 양의 가족이 ‘초경 건강 서약’을 함께 읽고 있다. 김수정 기자

여자는 초경을 겪으며 소녀에서 숙녀가 된다. 몸의 변화는 여성으로 정체성을 찾는 사춘기 고민으로 이어진다. 초경은 성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초경을 맞이한 10대와 가족을 초대해 초경을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첫인사’ 행사를 개최했다.

10~14세 딸 손 잡고 40여 가족 참석

“엄마, 아래에서 피가 나와.” 최서연(13)양은 2년 전 크리스마스 때 초경을 겪었다. 처음 느낀 것은 부끄러움, 그 다음은 걱정이었다. 주위에 초경을 경험한 친구는 더러 있었지만 터놓고 얘기한 경험이 없었다. 어머니 김정미(40)씨는 생리대를 들고 딸에게 꼼꼼히 사용법을 설명했다. 딸을 감싸안으며 “앞으로 너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한다”고 다독였다. 아버지 최진우(43)씨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초경 축하 파티’로 바꾸고, 딸에게 속옷을 선물했다. 당시 경험은 아직도 최양에게 큰 힘이 된다.

지난 18일 최양과 비슷한 또래인 10~14세 소녀를 둔 40여 가족이 손을 잡고 서울 63빌딩 별관 라벤더로즈마리홀에 모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지정한 ‘초경의 날’(10월 20일)에 열린 ‘아름다운 첫인사’ 행사장이다. 주인공인 10대 여학생들은 해맑은 얼굴로 가족과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았다.

50세에 낳은 늦둥이 딸 가빈(12)양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은 아버지 고영우(62)씨는 자필로 쓴 편지를 준비했다. 자신을 ‘딸바보’라고 소개한 그는 “며칠 전 초경을 맞은 딸이 아프진 않을지, 놀라진 않을지 걱정이 많다”면서 “초경을 맞은 딸을 공개적으로 축하해 주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부모와 딸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초경 후 1년 관리가 평생 건강 좌우  

초경과 성(性)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통념은 그릇된 성(性) 인식을 만들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월경불순, 극심한 생리통에도 산부인과를 찾지 않고 버티다 병을 키운다. 특히 초경 후 1년이 중요하다. 생리와 함께 나타나는 통증, 과다한 생리 양에 따른 빈혈, 그리고 정서적인 혼란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도 10대에 예방해야 한다.

이때 백신을 맞으면 감염 가능성이 크게 준다. ‘여성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한 ‘질염’ 또한 치료 시기를 놓쳤다가 자궁내막염·나팔관염·골반 내 유착으로 이어진다. 드물게 불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마음 건강도 중요하다. 삼육보건대 교양학과 홍경희 교수가 발표한 ‘여중생의 초경 경험과 정신건강의 연관성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중학교 1학년 여학생 5991명 가운데 초경을 경험한 여성은 우울감을 1.3배, 스트레스를 1.4배 더 느꼈다. ‘아름다운 첫인사’ 행사에서 강연을 맡은 압구정본산부인과 백은정 전문의는 “부모가 성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선별 제공하고, 특히 아버지가 딸에게 올바른 이성관을 심어주는 것이 사춘기 고민을 줄여주고, 올바른 성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산부인과의사회 임원들은 ‘건강에 문제가 없어도 초경을 맞으면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12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여고생 2043명의 ‘성 건강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생리통을 호소했지만 진단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비율은 고작 28.7%에 불과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초경을 맞은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며 “가임 능력을 갖는 사춘기 초기에 당당하게 산부인과를 찾고, 정기검진을 받는 것은 평생 여성 건강의 초석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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