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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발병 30배 키운다는 '바렛 식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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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기름진 음식으로 폭식하다 보면 식도괄약근이 약해져 역류성식도염에 걸릴 수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김수정 기자

직장인 양규일(42·서울 회기동)씨는 1주일에 한두 번은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구입한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체한 듯 더부룩하고 답답해서다. 가슴에 불덩어리가 있는 듯 화끈거릴 때도 있다. 야근으로 밤 늦게 폭식하는 일이 잦다 보니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 요즘에는 신물이 시도 때도 없이 넘어와 속이 심하게 쓰렸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들쭉날쭉한 식사시간과 소화가 다 되기도 전에 잠을 자는 습관이 위에 부담을 줘 역류성 식도염으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소화시키려 탄산음료 마시면 오히려 악화

역류성 식도염은 습관이 키우는 병이다. 식후에 바로 누우면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식도로 쏠리기 쉽다. 야식을 먹고 잠자리에 들어도 마찬가지다. 한번에 몰아서 폭식하거나 간식을 즐기는 것도 원인이다.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늘어나 식도로 역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레깅스·스타킹 등 복부를 조이는 옷은 위를 압박해 위산 역류를 유도한다.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도 원인을 제공한다. 트림으로 소화가 잘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만 오히려 위·식도를 자극해 식도괄약근을 약하게 만든다. 복부 비만·카페인·알코올·흡연도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킨다. 담배를 피우면 침의 분비가 줄어 침에 의해 위산이 중화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식·과체중·비만·불규칙한 식사는 복부 압력을 높여 위에 든 음식이 식도 쪽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강화시킨다. 고추·양파·마늘처럼 자극성이 강한 음식도 조심한다.

 시도 때도 없이 열려 위산과 함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는 것이 역류성 식도염이다. 40, 50대 중년 이후부터 위·식도 기능이 떨어져 치료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가슴 통증·속쓰림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보호막으로 감싸고 있는 위벽과 달리 식도는 위산에 약하다”며 “위산이 식도 점막을 자극해 식도 곳곳에 염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더부룩함·소화불량·속쓰림·가슴통증·화끈거림 같은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위산이 식도를 거쳐 기도까지 역류하면 목소리가 쉬고 기침을 심하게 한다. 목에 이물질이 걸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위산 분비 억제 약물 4~8주 복용하면 호전

역류성 식도염은 만성화하기 쉽다. 한번 발생하면 위산 등으로 손상된 식도 점막이 아물었다 낫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협착으로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거나 정상적인 식도 점막이 위 상피세포로 변하는 바렛식도로 진행될 수 있다. 주로 위산이 자주 올라오는 위와 식도 접합 부위에 많이 생긴다.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주요 위험인자다. 이를 방치하면 식도암 발병 위험성을 30배 이상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위산 분비를 억제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4~8주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장 교수는 “아침 식사 30분 전에 복용하면 하루종일 위가 산성화하는 것을 막아 역류성 식도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치료율 역시 70~90%로 높다. 만일 약을 먹고 식사를 거르면 약효가 떨어진다.

 증상이 심하면 위장 운동능력을 높이는 치료를 함께 받는다. 위에서 음식을 빨리 비워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저절로 낫지 않는다”며 “1주일에 이틀 이상 속이 타는 듯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온다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치료·관리도 중요하다. 위산 역류 증상이 나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약효가 떨어지고 재발하기 쉽다. 약물 복용 중단 이후 6개월 이내에 80%까지 재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생활습관 교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식후 적어도 2~3시간은 눕지 않는다. 바로 누우면 음식물 소화가 느려져 위산 역류를 부추긴다. 야식이나 카페인·탄산음료·기름진 음식·술·담배 등 식도괄약근을 약하게 하는 요인을 피한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치아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위산은 pH 1~2에 가까운 강한 산성을 띤다. 입 속은 산도가 pH 5.5 이하인데 산성도가 높아지면 치아 바깥쪽을 싸고 있는 법랑질이 손상돼 충치에 걸릴 확률이 높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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