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 시대] 1. 기관 예산 140조원, 인구 90만명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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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의 윤곽이 잡혔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다. 수도권과 충남을 제외한 12개 광역시.도에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해당 시.도의 발전을 이끌어갈 혁신도시가 건설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유력 공공기관 유치 경쟁에 나섰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24일 정부가 최종 배치안을 발표하겠지만 후유증은 꽤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희망과 다른 공공기관을 배정받은 지자체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광역시.도 안에서도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한 시.군.구 간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 어떤 기준으로 배치됐나=정부가 각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하되 최종 배치안은 정부가 결정해 발표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177개나 되는 기관을 12개 시.도에 배치하면서 일일이 이전 기관과 지자체의 의견을 다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제 배정으로도 12개 시.도를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배정안 발표 후에도 정치적 논란이나 특혜시비가 일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시.도별로는 각각 10~15개 기관(직원수 2000~3000명)을 묶어 배치한다. 한전이 배정된 광주시의 경우에만 한전기공.한국전력거래소 두 개가 배치된다. 한전은 광주와 울산이 경합을 벌였으나 낙후지역을 우대한다는 원칙에 따라 광주로 최종 낙점됐다.

나머지 174개 기관은 '산업특화기능군' '유관기능군' '기타기관'으로 크게 분류됐다. 산업특화기능군은 각 지방의 전략산업과 연관된 공공기관을 묶은 것으로 11개 그룹이다. 유관기능군은 업무 연관성이 큰 공공기관을 묶은 것이다. 예컨대 토공이 전북으로 가면 대한지적공사와 한국감정원은 패키지로 함께 간다. 나머지 기관은 개별적으로 배치된다.

◆ 이전 효과와 과제=177개 기관의 본사 정원은 3만2037명에 달한다. 지방 이전이 가시화하면 이들의 가족과 연관산업 종사자 등 최대 60만~90만 명이 2010년부터 수도권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관의 지방세(취득세.등록세.재산세 등) 납부액은 지난해 총 914억원에 달했다. 이 세금은 앞으로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곳의 몫이 된다. 예산 규모도 139조7921억원으로 정부 예산(134조원)보다 많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각 기관의 업무와 연관된 민간기업.연구소가 함께 지방으로 옮겨가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기업.연구소를 묶는 혁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전략이다. 공공기관은 12개 광역시.도에 나눠 배정되지만 혁신도시는 충남을 뺀 11개 시.도에 한 곳씩만 세우게 된다. 충남은 행정도시가 있기 때문에 혁신도시를 따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 수도권은 어떻게 되나=지방으로 옮겨가는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확보하고 있는 부지는 285만7907평으로 판교 신도시(282만 평)와 맞먹는다. 요지에 위치하고 있는 청사부지와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가장 큰 숙제다. 이는 다음주 초 '수도권발전대책'으로 정리해 발표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은 앞으로 5~7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도권 개발 규제도 이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푼다는 방침이다.

정경민.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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