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겁먹은 수였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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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제7보 (89~97)]
黑. 원성진 6단 白. 옥득진 2단

국면은 백이 좋다고는 하지만 약간 차이다. 원성진 6단이 89로 둔 것은 바로 그 같은 형세를 잘 대변한다. A에 두면 확실한 선수. 그러나 어딘지 악수의 냄새가 난다. 약간 차이지만 89쪽을 기어이 선택한 이유다.

그러나 옥득진 2단은 냉정하게 외면하고 90으로 푹 파고든다. 가만히 보니 89는 안 받아도 수가 없는 것이다.

원성진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 미친 짓을 했다. 89까지 벌써 세 번째다. 분노와 자책에 휩싸인 그는 시계를 힐끗 보더니 91로 돌격했다. 92는 '참고도1'처럼 두고 B와 C를 맞보기로 할 수 있다. 하나 89의 완착까지 등장한 이 마당에 옥득진은 모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92로 조금만 수를 내려 한다. 원성진은 설상가상으로 초읽기에 몰렸다. 총체적 위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원성진의 손속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고 있다. 살기를 띤 93의 역습과 95의 초강수에 옥득진이 주춤한다.

"96은 겁먹은 수였습니다"고 옥 2단은 국후 털어놓았다. 이 수로 '참고도2'백1, 3을 결행했다면 승부는 여기서 결정났을 것이라고 한다. 우상귀 백은 7로 붙여 죽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리한 쪽에겐 너무 겁나는 그림이었고 그래서 96으로 수그린 것인데 97로 쭉 밀자 뭔가 이상해졌다. 92의 한 점도 악수로 변했고 무엇보다 D쪽이 신경을 긁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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