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술·음악교육 지나치게「서양」위주|예술경향의 배경 이해 못하고 모방 일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교육개혁의 구호가 높고「우리 것」에 대한 주체성 있는 교육을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커 온지 오래이나, 아직도 짙게 그늘진 곳이 있다. 이른바 예술교육분야-. 우리나라 예술 교육, 특히 대학에서의 미술·음악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서양위주의 교육과 ▲이론교육의 결여로 집약, 제기되고 있는데, 개선될 전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현행 미술교육은 지나치게 서양미술 위주로 되어있다. 대학의 회화과에서 한국화(동양화)는 형식일 뿐 서양화 위주로 교육되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미대 출신들이 일선 교사로 나가면 다시 각급 학교에선 서양미술 위주의 교육이 실시된다. 결국 우리 것 보다 주로 남의 것을 가르치게 되며 미감 자체도 서양위주로 바뀌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안휘준교수(홍익대·미술사)는 『전통미술에 대한 교육이 서양미술 위주의 교육에 압도되어 있는 지금의 실정은 속히 개선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즉 한국의 전통미술에 대한 이해 위에 서양미술을 수용하여 새로운 화풍을 형성하도록 미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
이렇듯 문제시되는 서양위주 미술교육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학계에선▲동·서양화과의 인원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미대생 전체에게 한국미술을 필수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교사의 재교육도 시급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미술교육에서 이론교육의 실정은 어떤가.
미술대학의 경우 현행교과과정을 보면 전공별 실기와 함께 미술사·미학·예술논·작가논·색채학 등 이론과목이 명기되어있고 이들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할 과목들이다.
그런데 이 이론과목 담당교수들의 교육배경을 보면 전문교육을 별도로 받은 적이 없는 비 전문 교수들이 대부분-.
원래 훌륭한 작가란 고도의 사상·철학과 맺어졌을 때 가능한데, 실기 교수들 중엔 아직도 상당수가 이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덜 인식하고있는 상태라는 것.
임영방 교수 (서울대· 미학)는 현행 미술이론교육이 형식에 그칠 뿐 본격적으로 가르칠 여건이 돼있지 못 한 감이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이론교육은 개론을 넘기 힘들며 자연히 실기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이러한 미술교육의 문제점은 어떠한 현상을 낳고 있는가.
우선 외국경향 (특히 추상미술) 의 특수한 사상이나 배경을 꿰뚫어 이해함이 없이 겉의 형태만 모방하는 성향을 강화시켰으며, 외래 유행에는 불빛본 나방처럼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고집스럽게 자기세계를 형성하려는 작가가 드물고 결과적으로 화단을 획일화시켰다.
또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것」을 한국인의 생활감각으로 참조하려는 경향이 부족한 반면, 미술비평은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며 창작에 필요한 자극을 줄만큼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음악교육에 있어서의 서양위주 교육의 심각성도 별 차이가 없다.
이강숙 교수 (서울대·음악미학) 는 현재「음악교육」이라 하면「양악교육」을 의미하고「국악교육」은 앞에「국악」이란 단어를 붙여야만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의식구조 자체가 위축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국악에 대한 관심은 부쩍 높아진 편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동·서양의 예술, 대중·민속음악 중 우리나라의 음악교육은 주로 18∼19세기의 서양음악 중 특히 예술음악만을 대상으로 할 만큼 편협한 음악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하루 빨리 다 문화 중심의 음악교육을 시켜 특정 음악에의 노예성향(?)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악교육에서의 이론교육의 결여도 문제다.
음악교육 자체가 곧 연주가 양성위주 교육으로 실시되어온 감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 목적 자체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실정-.
이 교수는 화성법·대위법·음악형식 등 좁은 의미의 이론뿐 아니라 음악사학·음악심리학·음악사회학·음악교육학 등 넓은 의미의 이론까지 포함한 음악이론교육의 체계가 정립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교육으로서의 음악교육은▲연주가 양성교육▲이론가 양성교육▲교수 요원 양성교육 등 3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경우「연주가 양성교육」이 목표였으나 결과적으로 「교수요원 양성교육」이 된 것처럼 보일 만큼 음악교육에 혼선이 보인다고 말한다.
「연주하다 안되면 선생」이란 이러한 교육적 결과는 궁극적으로 각급 학교의 음악교육에 부정적 영향으로 파급된다고 우려하는 학자들은「연주가 양성교육」에서는 특별히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이상 제기된 우리나라 예술교육의 문제점올 개선하는데는 서양위주의 예술교육을 조정하고 이론교육을 담당할만한 인력을 양성·공급할 제도적 장치가 요청된다.
그러나 그보다 선결되어야할 것은 관계당국을 포함한 당사자들이 문제의 중대성을 그 만큼 인식하는 일이 될 것이다.<이근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