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사회 대대적 서명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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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호주 선데이텔레그래프지가 5일 “우리는 나가고 싶어요”라는 제목으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어린이들의 기사를 게재했다. 왼쪽에 ‘이안(황인용군을 뜻함)의 비자 투쟁’이란 제목이 보인다.

호주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도중 끌려가 이민 수용소에 억류된 황인용(11.이안).지희(6.재니) 남매의 석방을 위해 한인사회와 학교 당국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호주온라인뉴스(hojuonline.net)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황군 남매는 3월 8일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갑자기 학교에 찾아온 이민국 직원들에게 넘겨져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는 빌라우드 수용소로 옮겨졌다. 이에 앞서 이날 어머니 한모씨는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던 중 시드니 공항에서 비자 위반으로 적발돼 이미 체포됐다. 당시 이민국 직원은 학교 측에 아무런 사전통고도 없이 보호자도 대동하지 않은 채 들이닥쳐 황군 남매를 데려갔다.

어머니 한씨는 당시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들에게 오후 3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집(친척집)으로 돌아가 있을 테니 학교로 가지 말고 나중에 집으로 가서 데려올 것을 간곡히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현재 황군 남매 석방을 위해 호주의 한인 사회는 물론 학교 당국도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21일 현재 한인사회는 10여 개 교회를 중심으로 1500명 이상이 서명했다.

또 황군 남매가 다니던 스탠모어 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도 서명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탄원서는 "교사에겐 학생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다. 그러나 스탠모어 초등학교 교직원들은 이런 보호의무와 아동보호정책을 무시하고 그들이 보호하고 있던 두 어린이를 낯선 사람들에게 넘겨주도록 강요당했다"는 교사들의 자책성 호소가 담겨 있다.

탄원서는 또 "황군 등은 이미 수용소 내에서 이민국 자체 규정에도 어긋나는 부당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아이들이 다른 불법 체류자들의 자살 및 자해소동을 목격하고 추방 관련 서류에 대해 엄마에게 설명하도록 통역의 역할까지 요구받은 게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호주 한인 사회는 25일까지 추가 서명을 받은 뒤 지역 출신 하원의원을 통해 탄원서를 호주 의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호주 정부는 지난주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과 장기수용인들을 석방해 지역사회 내 주택에서 일정한 감시하에 지내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지난 3월 호주 연방법원은 이들 남매의 국외 추방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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