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백이 남는 장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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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6보(73~88)
● . 원성진 6단 ○.옥득진 2단

백△의 젖힘에 흑은 73으로 후퇴해야 한다. '참고도1'의 흑1로 두는 것은 백2, 4로 간단히 탈출하고 만다. 이것으로 처음 백병전을 촉발시켰던 좌측 백은 5점으로 덩치만 커진 채 속절없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백은 그 대가로 중앙 흑 3점을 잡았다. 맹렬하게 맞섰던 승부처의 전투는 이렇게 끝났다.

그렇다면 누가 남는 장사일까. 백이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검토실은 중앙 쪽 맛이 나쁘기는 하지만 백A로 두는 수가 선수라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나 좌변 전투가 한창일 때 완착이란 지탄을 한몸에 받았던 흑▲도 마냥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77부터 몇 수 교환하고 나니 '참고도2'흑1, 3으로 우하 백을 몽땅 잡는 수가 생겼다. 굉장한 수다. 일견 20집은 훌쩍 넘는 것 같다.

하지만 원성진 6단은 그쪽은 보류한 채 상변부터 81로 날카롭게 붙여간다. 입맛은 동하지만 우하를 당장 잡는 것은 진다는 계산서가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 흑의 뒷맛과 연계하여 이 부근의 백집을 좁히는 것이 우선이라 본 것이다.

중앙 때문에 옥득진 2단은 82로 곱게 응수한다. 바둑판에서 엷은 쪽은 항상 죄인과 같다. 상대가 목소리를 높이면 고개 숙이고 가만있어야 한다.

83으로 모양 좋게 연결할 때 84, 86, 88로 계속 조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칫 중앙 어딘가에서 둑이 터져버리면 만사는 끝장이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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