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여성 다섯 명 아름다운 춤사위 '갈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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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세계 여성학대회 전야제에서 장애 여성들로 구성된 ‘춤추는 허리’ 극단 단원들이 일반 무용수들과 함께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앞줄 휠체어 탄 사람이 박주희씨.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저녁. 서울 경희궁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아주 특별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장애인 여성단체 '공감' 소속 극단인 '춤추는 허리' 단원들이 이화여대 무용과 학생.춤 동호회 회원 등 비장애 무용수들과 함께 '그녀가 온다'(안무 지도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라는 제목의 축하 공연을 펼친 것이다.

소아마비.뇌성마비 등 지체장애를 가진 박주희.양치향.이미경.이미정.서지원씨 등 다섯 명이 음악을 타고 온몸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뷰티풀(아름답다)"을 연발했다. 장애와 성차별의 벽을 뛰어넘은 이들의 춤사위에 감동한 듯 공연이 끝나자 79개국에서 온 23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행사장은 흥분의 물결에 휩싸였다.

'춤추는 허리'는 .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장애 여성의 일상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 2003년 7월 결성됐다. 그래선지 '춤추는 허리'에 모인 단원 15명은 당당하기만 하다. 대부분 선천성 장애인인 이들은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적은 없지만 자신감 만은 여느 무용수 못지 않다.

3년째 '춤추는 허리'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주희(40)씨는 "나처럼 소아마비를 가진 사람은 허리가 많이 휘었다. 하지만 날씬하게 쭉 뻗은 허리로만 춤 출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상엔 수만 가지 모양의 허리가 있듯 사람들의 삶도 각양각색"이라며 "그중 하나인 장애 여성들의 삶을 연극과 춤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씨는 이번 공연 도중 타고 있던 휠체어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한 춤을 추어 관객들로부터 "장애 여성의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여성학대회 전야제 공연은 '춤추는 허리'의 두 번째 외출이었다. 지난해 4월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린 서울여성영화제 폐막식에서도 비장애 여성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공연을 펼쳤다.

'춤추는 허리'의 공연을 제안했던 조기숙 교수는 "일반 무용수들은 몸은 완벽하지만 규격화된 틀 속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장애 여성들의 춤을 통해 진실한 표현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 바로잡습니다

6월 21일자 26면'지체장애인 여성 다섯 명 아름다운 춤사위 갈채' 제목의 기사에 소개된 장애여성단체 '공감' 소속 연극팀 '춤추는 허리'의 팀원들은 '대부분 선천성 장애인'이 아니라 '팀원 5명 가운데 4명이 후천성 장애인' 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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