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사회도 능력 중심 … SKY 출신 임용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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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는 지난달 강윤찬(44) 전 건국대 교수를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임용했다.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국제논문을 발표해 ‘논문왕’으로 불리는 강 교수는 고려대 출신은 아니다. 아주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강 교수 임용 전엔 이 학부 교수 24명 중 ‘SKY(서울·고려·연세대)’, KAIST 출신이 아닌 이는 한 명뿐이었다. 올 3월 이 대학 화학과에 임용된 윤효재(34) 교수는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 역시 이 학과 교수 중 고려대·서울대·KAIST 출신이 아닌 유일한 사람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출신·학연과 상관없이 연구 역량으로 뽑는 문화가 정착 중”이라고 말했다.

 ‘학벌사회’의 진원지였던 상아탑도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대 출신, 동문(자교 출신)을 ‘임용 1순위’로 여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논문 등 연구 업적으로 교수를 뽑는 ‘능력주의 채용’이 자리 잡고 있다. 건국·경희·고려·동국·영남·전북·중앙·한양대가 올해 임용한 교수들과 2005년 뽑은 교수들의 출신 학부를 분석한 결과 10년 전에 비해 서울대 출신(22.0→14.3%), 동문(41.5→36.7%)은 줄고 ‘비(非) SKY’ 출신 등 타대 졸업자(29.8→37.8%)는 늘었다. 10년 전 건국대가 임용한 교수 중 서울대 출신이 42.9%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13.3%에 그쳤다. 올해 동국대가 뽑은 14명 중 자교 출신은 한 명(7.1%)뿐이다.

 교수 채용제도의 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2007년부터 전북대는 교수 임용 심사의 연구 업적 기준을 두 배로 올렸다. 김동욱 교무부처장은 “학맥과 인맥에 의존한 후보는 서류 통과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연구 성과를 주요 지표로 채택하는 국고 지원사업도 이런 변화를 촉진했다. 경희대 남순건 미래정책원장은 “ 국고 지원을 받느냐 마느냐가 해당 대학·학과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 때문에 우수한 역량의 교수를 선발하는 게 한층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공영대 학사지원본부장은 “학생 감소,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자 경쟁력 없는 학과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또한 ‘나를 따를 사람을 뽑자’는 생각 대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와야 나도 산다’는 의식이 교수들 사이에 생겨났다”고 전했다.

천인성·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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