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헤어진 10쌍 중 3쌍 황혼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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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가정주부 J(61·여)씨는 2012년 남편 L(70)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35년간 결혼생활을 했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행을 참는 데 한계가 왔다고 판단해서였다. 홀로 계신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면서 L씨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가정법원은 지난 5월 “부부 사이에 발생한 불화와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기보다 여러 차례 폭행, 폭언을 한 L씨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L씨는 J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과 부부 공동 재산의 55%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J씨 부부와 같이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의 ‘황혼이혼’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2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11만5292건의 이혼사건 중 결혼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3만2433건으로 전체의 28.1%를 차지했다. 반면 동거기간이 4년 미만인 부부의 ‘신혼이혼’은 지난해 2만7299건(23.7%)으로 3만3718건(27.2%)을 기록했던 2009년부터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현곤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이혼을 참아왔던 아내들이 자식들을 다 키운 뒤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자 사망 후 상속으로 받는 돈보다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로 받을 수 있는 돈이 통상 더 많다는 점도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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