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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자원봉사 확산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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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4년도에 연구년의 기회를 얻어 미국을 가기 전 우리나라의 자원봉사활동은 언제 미국의 자원봉사 활동처럼 일반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서부지역의 몇몇 자원봉사단체를 견학하면서 미국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나의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

미국의 자원봉사 활동도 처음부터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사회적인 제도나 권유에 의해 점차적으로 참여가 이뤄져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자원봉사제도나 기구를 만들어 국민에게 참여를 권유해 왔다.

또한 정부뿐 아니라 대학이나 기업에서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람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해외봉사나 국내의 빈민봉사 활동 분야는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며 6개월에서 2년까지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에 국민이 자원봉사 활동을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분위기가 정착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앞으로 즐기는 자원봉사 활동이 정착되려면 다음 두 가지 측면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첫째는 자원봉사 활동을 권유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다양화돼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 사회봉사단이나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자원봉사 활동을 실천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같이 근무시간에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제도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들이 쉬고 싶은 주말에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몰려 자원봉사프로그램을 거부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에게 계속해서 자원봉사활동을 다양하게 권유하고 주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간대에 봉사할 수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는 자원봉사 활동 중에 우연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자원봉사 상해보험이 제도화돼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이 자원봉사활동지원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자원봉사활동지원법은 벌써 몇 년간 여야의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자원봉사 상해보험은 즐기는 자원봉사 활동에 필수조건이다. 하루빨리 제정을 촉구하는 바이다.

김범수 평택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