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극 공연 「붐」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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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위연극 『통막살』(무세중 연출)이 소개되고, 관객들에게도 꽤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자 전위극에 대한 연극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전위극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관객의 반응이 어떨 것이며 또 우리사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공연을 주저해 왔던 터. 그러나 『통막살』이 흥행에도 성공하자 많은 단체에서 전위극 공연을 서두르고있는 것이다.
현재 공연이 계획되고있는 전위극은 신홍유 작·연출의 『49라운드』, 김연환 작·연출의『지금 그리고 여기』, 김상수 연출의 『1919. 3. 1』, 그리고 『무』 『축적』등이다.
이 가운데 『49라운드』는 지난해 9월 창고극장서 한차례 공연된바 있으며 『1919. 3. 1』은 3·1운동을 주제로 한 집단극. 그리고 『무』 『축적』은 시와 음악·현대 무용 등을 곁들인 무대다.
전위극이 갑자기 쏟아지는데 대해 유민영 교수(단국대) 는 『기성연극이 타성에 빠져있는 때에 새로운 연극을 창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상업주의 연극에 대한 반성과 2∼3년간에 걸친 극심한 불황을 벗어나 활로를 찾아보려는 노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험성이 강한 연극을 공연하면서도 실험극이란 표현을 기피하던 과거와는 달리 공공연히 실험극을 표방하고 나서는 것도 특징이다. 새로 시도되고 있는 전위극의 특색과 공통점은 ▲무용적이고 주술적인 요소가 많고 ▲관객이 참여하는 해프닝이 곁들이며 ▲대사는 줄거리 전달이라기보다는 행위수단이 되고있고 ▲출연자들이 대체로 연극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 등이다.
즉 줄거리나 구성의 연결이 따로 없고 연기적인 요소가 배제된 채 상황만으로 연극을 끌어가고 있으며 『지금 그리고 여기』같은 경우는 대사 대신에 상황변화에 따라 비디오나 슬라이드 등의 매체가 등장하고 있다.
23일부터 공연될 공간사랑의 『무』와 『축적』은 좀더 개성 있는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무』는 시인 박희진씨의 시와 그 시를 바탕으로 작곡된 이돈응씨의 음악, 그리고 윤승옥씨의 춤이 등장되는데 시인의 시낭송과 무용가의 춤, 음악가의 연주가 한 무대에 펼쳐지는 셈이다.
『축적』은 실험극 쪽의 이용우, 재즈의 강태환, 사물놀이패가 즉흥적인 무대를 꾸민다. 실험극이 진행되는 동안 사물놀이 패는 불교의 독경소리를 내고 재즈가 연주되는 등 한 무대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위극 붐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극작가인 이강백씨는 『기존연극에 충격을 주고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만 연극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단점이 있으며 즉흥적이고 현장연극이기 때문에 기록이나 재검토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언어로서의 완벽한 희곡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마당에 언어배제만을 능사로 아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또 연극평론가 김방옥씨(한양대강사) 는 『통막살』을 예로 들어 『이 연극이 「이해보다는 느껴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런 주장과는 달리 「친절히 설명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행위나 연출에 있어서 충동성이나 필연성을 가장한 작위성도 없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출연자들이 자극적인 조명과 음악 속에서 벌거벗고 뒤틀고 신음한다는 사실만으로 「신명」의 차원을 「느낌」의 차원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며 전위극이 총체예술로 성공하긴 대단히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아뭏든 일련의 전위극들이 연극 팬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주어 연극자체에 대한 매력을 잃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 연극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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