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정하기 전까지 6자회담은 없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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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7월 중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밝힌 데 대해 미국은 다소 썰렁한 반응을 보였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회담 날짜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회담 날짜가 없는 셈"이라며 "북한이 회담에 복귀해 핵 프로그램을 끝내고 한반도가 직면한 위협을 처리하는 논의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을 통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밝힌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에서 가동 중인 북.미 채널을 건너뛰고, 중국의 체면도 별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제안에) 한국과 미국을 갈라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봤듯이 양국은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한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미국과는 냉랭한 관계를 만든다면 한국 정부의 처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민 사이에 북한에 대한 동정론과 민족주의가 대두하고, 미국에 대해선 반감이 생기는 것을 겨냥한 북한의 술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부탁을 받은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적잖은 회담 복귀 압력을 넣어왔다. 이것이 북한을 화나게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북한이 국제적 압력을 피하기 위해 일단 6자회담에 복귀했다가 다시 발을 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에 미 행정부와 여러 채널을 통해 비공식 접촉을 해본 결과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미국이 곧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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