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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금연해야 청소년도 안 피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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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금연 및 흡연예방교육은 20~30년 뒤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흡연할 확률을 낮추고, 자기 통제력을 길러준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특히 성인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흡연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작 성인들이 흡연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모순이 아닌가. 이런 모순의 '잠재적 교육과정'은 아이들에게 모순된 삶을 가르친다.

학교에서 아무리 강도 높은 흡연예방과 금연교육을 벌여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성인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성인들의 흡연을 방관해 왔고, 세대를 넘어서 흡연 습관이 이어져 왔다. 청소년 흡연의 책임은 실제로 우리 사회와 성인들에게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며, 이들에게 흡연예방과 금연교육을 하는 것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당면한 과제다.

길을 함께 걸으면서 자신은 변하지 않고 타인만 변하라고 강요하는 동행은 결코 동행이 아니듯, 아이들에게 금연을 강요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금연하지 않는 것은 결코 함께 사는 삶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지게 될 흡연에 따른 책임을 지금보다 덜어주고, 흡연의 늪에서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지금 성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성인들이 먼저 '금연을 위한 치열한 자기 노력'의 모범을 보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금연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명수 경북 무학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