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에도 개인들 '팔자'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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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되찾았지만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를 등지고 있다.

상당수의 전문가가 증시 전망을 낙관하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떠나는 발걸음이 돌아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이 1000선을 하나의 심리적인 장벽으로 여기는데다 경기 회복 전망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이유다.

◆1000 증시 떠나는 개인들=개인들은 5월4일 이후 17일까지 무려 31일째 연속 '순매도'를 기록중이다. 이 기간 동안 순매도 누적금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주식을 판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증시를 아예 떠나는 추세도 뚜렷하다. 개인 계좌의 자금유출입을 따져본 실질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1조원 넘게 순유출 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난 3월 1000포인트를 넘어설 당시 들어왔던 개인 투자자들이 그간 지수가 900선까지 빠졌다 다시 오르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팔고 있는 것"이라며 "문제는 장기적으로도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인 고객의 실질예탁금은 지난 2003년 3월 이후 최근까지 모두 18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또 주식투자 인구도 지난해 말 376만 명으로 2003년 말에 비해 4.4% 줄었다.

◆떠도는 증시이탈 자금=전문가들은 개인이 증시를 떠나는 이유를 1000포인트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연구원은 "길게 봐서 90년대 이후 증시가 지수 500~1000선 사이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해 개인투자자들은 1000선을 더 이상 오르지않는 심리적 한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회복을 기대했던 국내 경기가 여전히 기를 펴지 못하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을 재촉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실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 파트장은"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능력이 떨어지는 개인들의 실적이 저조했던 것도 시장을 떠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증시를 떠난 개인 자금이 성격이 전혀 다른 적립식 펀드 자금으로 모두 옮겨간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때문에 증시를 떠난 자금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이곳, 저곳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은 최근 72조~73조원대로 지난해 6월(53조원)보다 20조원 가까이 늘어 사상최고 수준이다. 일부 자금은 최근 다시 꿈틀대는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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