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맹견들로부터 아이 구한 한인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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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핏불(맹견의 일종)의 두 번째 공격:영웅이 물리며 아이를 구하다'

15일 호주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60세의 동양인 남자가 사나운 개 두 마리의 공격을 받아가며 아이를 구했다는 것이다. 현지 방송(채널 10)에서도 다뤄졌다. 호주 교포 이형섭씨의 얘기였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13일 오후 6시쯤 길을 가던 그는 핏불 교배종 두 마리 때문에 겁에 질려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다섯 달 된 아이를 데리고 있던 제시카 맥닐(17)과 동갑내기 친구였다. 개들은 으르렁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맥닐 일행은 이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씨는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개들이 덤벼들어 그의 손을 물었다. 그가 쓰러지자 얼굴이며, 손.다리 할 것 없이 마구 물어댔다. 이씨는 1분여 사투 끝에 간신히 울타리를 넘어 이웃집으로 피했다. 그 사이 맥닐 일행도 근처 트럭 위로 대피했다.

맥닐은 "개는 내 아이를 노렸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며 "그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씨의 딸 엘리사는 "아버지는 결코 아이와 여성이 다치게 놔둘 분이 아니다"라며 "(아버지에게) 흉터가 남겠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좋은 일을 하셔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문제의 개들은 전에도 75세 노인을 공격한 전력이 있어 이번 사고 직후 도살 처분됐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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