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인도 제철소 왜 짓나] 원자재난 대비 산지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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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인도에 대규모 제철소를 건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계 철강업체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규모 철광석 산지에 제철소를 지어 자원고갈시대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2002년 이후 세계 철강업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초대형 철강회사들이 잇따라 탄생했다. 2002년 프랑스.스페인.룩셈부르크의 철강업체들이 모여 세계 1위의 철강회사 아셀러를 만들었다. 그해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해 세계 4위권의 JFE스틸이 등장했다. 올해에는 네덜란드.영국.미국의 철강회사들이 합쳐진 미탈스틸이 등장해 아셀러를 누르고 새로운 세계 1위 철강회사가 됐다. 1998, 99년과 2001년 철강 생산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포스코는 2002년 세계 3위, 지난해엔 세계 5위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철강회사들이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는 것은 대형 회사일수록 원자재 구매가 쉽기 때문이다. 원료비 비중이 원가의 40 ~ 50%를 차지하는 철강업의 특성상 원자재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 철강 수요가 한계에 이른 것도 포스코가 해외 진출을 결정한 이유다. 70년대 연간 20% 선을 달리던 국내 철강 수요 증가율은 최근 연 3%대로 떨어졌으며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직 경제성장 초기 단계인 인도의 경우 철강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세계 6위의 철광석 매장국이어서 원료 확보에도 유리하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광석 보유국들이며 경제 성장기에 있는 인도.중국.브라질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검토해 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도 내부에서 자원 유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포스코 인도 진출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4월 중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했으나 철광석 채굴권과 관련한 이견 때문에 계약을 못했었다. 당시 포스코는 인도 현지에서 사용할 6억t 외에 추가로 수출용 철광석 4억t을 요구했으나 인도 측이 철광석 수출에 반대해 계약 체결이 지연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을 직접 국내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1차 철강 가공제품인 슬래브 등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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