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턱에 소나기펀치 매 앞엔 장사 없다 김철호 8회 KO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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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구=이민우 기자】활화산 같이 힘이 용솟음치는 김철호(21)가 통쾌한 역전KO승으로 타이틀 4차 방어에 성공했다. 프로복싱 WBC(세계권투평의회)슈퍼플라이급 챔피언 김철호는 일본의 도전자「이시이·고오끼」(석정행희·28)와의 타이틀매치에서 3회에 다운을 당하는 위기를 맞았으나 6, 7회에 연이어 다운을 뺏은 끝에 8회47초만에 KO승을 거두고 타이틀롱런가도를 쾌주하고 있다(10일·경북체육관).
7회까지의 채점도「리처드·스릴」(미국)이 70-62,「우찌따」(일본)가 68-63, 그리고 김달원(한국)씨가 68-61등 3명의 부심이 모두 김철호의 일방적 우세였다. 이날의 경기는 근래에 드문 화끈한 난타전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세계타이틀매치에서 한국복서가 다운을 뺏기고 역전KO승을 거둔 것도 지난 77년11월 홍수환이 파나마에서「카라스키야」를 누르고 WBA주니어페더급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승리로 19승(9KO)1무1패를 기록한 김철호는 지난해 1월「라파엘·오로노」를 9회KO로 누르고 왕좌에 오른 이래 1차 방어전에서만「와따나베」(일본)에게 판정승했을 뿐「월리·젠슨」(미국·13회KO),「마루야마」(일본·9회 TKO)에 이어 3차례 방어전을 연속KO로 장식했다.
체중감량의 고통 없이 최강의 컨디션으로 링에 오른 김은 밀고 들어오는「이시이」를 맞아 1회부터 맞 받아쳐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이제까지 발동이 늦게 걸리던 김은 이날은 왼쪽 잽으로「이시이」의 약한 턱을 계속 가격, 주도권을 잡은 뒤 2회에선「이시이」를 그로기상태에까지 몰고 가 초반KO승이 예견되기도 했다.
기세가 오른 김은 3회 들어 서두르며 대시하다「이시이」의 짧은 오른쪽 훅을 턱에 맞고 다운, 긴박감을 고조시켰다. 김은「이시이」의 연타에 마우드피스가 링 바깥으로 튀어 나가는 등 유일하게 고전한 라운드였다. 그러나 4회부터 다시 반격에 나선 김은 더킹(얼굴을 숙이는 것)과 위빙(몸을 흔드는 것)으로「이시이」의 빠른 스트레이트를 피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다시 대세의 주도권을 잡은 김은 6회에 왼쪽 훅을「이시이」의 턱에 명중시켜 엉덩방아를 찧게 했다. 7회에서도 김은 오른쪽 훅 단발로 다시 다운을 뺐어 장내를 열광시켰다. 그러나「이시이」는 이 같은 열세 속에서도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과감히 맞받아 싸워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8회 들어「이시이」는 열세 만회를 위해 저돌적으로 대시하다 김의 번개같은 좌우 훅을 턱에 맞고 고목나무 쓰러지듯 넘어지고 말았다.
◇WBC슈퍼플라이급

<한계체중 52·160kg>
김철호(한국) 51·950kg KO승<8회47초> 이시이(일본) 52·050kg
◇세미파이널 10회전
▲주니어플라이급
장정구 TKO 정종관 <6회 종료>
▲주니어 페더급
황철순(한국) KO<9회2분34초> 고바야시(일본)

<전대통령이 축전 김철호 분전 치하>
전두환 대통령은 10일하오 프로복싱 WBC슈퍼플라이급 타이틀4차 방어에 성공한 김철호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고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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