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수사 뒤 입장 표명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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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의에 참석해 그룹 총수들과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정몽구 회장, 강신호 회장, 이 총리, 이건희 회장, 박삼구 회장, 이준용 회장, 박영주 회장, 허영섭 회장, 이웅렬 회장, 조건호 부회장. [전경련 제공]

이건희 삼성 회장은 16일 "개인적으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6월 정례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회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준 분"이라며 "그런 점이 참작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장은 회장단 회의에서는 김 전 회장과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전경련은 이날 회장단 회의에서 김 전 회장에 대해 검찰 등에 탄원서를 내는 것은 물론 정부에 공식적으로 사면 또는 선처를 요청하는 것도 당장은 않기로 방향을 정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검찰 수사 등 법적 처리 결과를 봐야 전경련의 입장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향 정리에는 수십조원의 분식 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 회장을 무작정 옹호했다가 자칫 반기업 정서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 회장은 최근 "김 전 회장이 국가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고, 또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을 처벌하는 것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어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나면 전경련의 선처 요청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 뒤 열린 만찬 자리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이 총리는 만찬에서 "올해 5% 이상 성장하리라고 예상했던 것은 좀 높게 본 것 같다"며 "올 3분기부터는 건설 경기가 풀리고 내수가 살아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리가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나온 것은 부임 후 처음이다. 만찬에서 김 전 회장과 관련한 얘기는 언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주최했다. 지난달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 때 강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현지까지 따라가 축하한 데 따른 답례다. 정 회장이 전경련 모임에 참석한 것은 2002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회의와 만찬에는 강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SK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현재현 동양시멘트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박삼구 금호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김윤 삼양사 부회장,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15명이 참석했다. 4대 그룹 총수 중 구본무 LG 회장은 개인 일정으로 나오지 못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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