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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인가요 … 비 개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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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과거의 주가 조정 시기와 요즘을 비교해 보면 주가 급락이라는 소나기는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수익은 위험이라는 씨앗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씨(주식 매입)를 뿌릴 때다. 비 온 뒤엔 땅에 영양분이 많다.”(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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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에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바닥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는 세계 증시와 더불어 급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17일에는 장중에 코스피 19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 1900선은 상당수 전문가가 한국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근거로 깨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심리적 지지선이다. 1900선마저 깨진 것은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공포로 증폭된 탓이다. 이 때문에 이달 들어 한국의 주가 하락 폭은 아시아 신흥국 중 가장 컸다. 하지만 새로운 주가 시작되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7일 0.95% 하락해 1900선에 턱걸이했던 코스피는 20일 1.55% 상승하며 1930선을 회복했다. 지난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2조4268억원어치나 팔아치운 외국인도 이날은 27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코스피 1870~1880선을 바닥으로 봤는데 실제 17일 조정(1900선)으로 최악의 국면은 거쳤다”며 “10월 말, 11월 초 변곡점을 거쳐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증시 상승과 더불어 바닥론이 등장한 근거는 ▶과거 주가 조정시기와 비교해 볼 때 이제 주가가 내릴 만큼 내린 데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통화 긴축 우려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가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유럽의 경제 불안 때문에 국내 주가가 하락한 시기는 네 번 있었다”며 “이 기간에 대체로 코스피는 10%가량 하락했는데 지난주 말까지 코스피 하락 폭 8.7%와 외국인 순매도 규모(3조4000억원)를 고려하면 앞으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세계 증시를 요동치게 한 건 바로 미국 경제 지표였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활기를 띠던 미국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며 세계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0.1%)를 밑도는 것이었고, 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소매판매는 미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의 활력을 점검하는 지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PPI)도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만4000건으로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산업가동률도 79.3%로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쌓여갔다.

 특히 “4차 양적완화(QE) 시행 가능성”(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 “미국 경제성장률 3%,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가능”(재닛 옐런 Fed 의장), “그리스 은행에 대한 담보할인율 완화할 것”(ECB 대변인), “ECB 대차대조표 확대를 위한 자산매입 수일 내 개시”(베누아 퀘르 ECB 정책이사) 등 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인사의 잇따른 유화 발언도 시장 불안을 누그러뜨렸다. 양기인 센터장은 “유로존의 양적완화 정책,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를 늦추는 노력 등 전 세계 정책 공조를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진행됐던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며 외국인이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탈 현상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 근본적인 세계 경제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많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즘 기술적 반등구간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유럽 디플레이션 우려가 해결되지 않고선 상승 추세로 복귀했다고 보기엔 이르며 특히 유로존의 성장동력인 독일의 경제가 회복하기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규·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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