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고수들은 부동산 판다는 소문 … 거품이 터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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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부동산 시장을 보면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미국의 주택가격 버블 관련 기사가 자꾸 생각난다. 그 기사의 요지는 대충 이렇다. "미국도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 매입 붐이 일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그래서 서민들까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나섰다가 실직.질병 등에 따른 수입 감소로 대출금 이자를 못 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태가 생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주택 시장의 버블 붕괴 전초전으로 분석했다.

우리는 어떤가. 지금 한쪽에서는 아파트값이 치솟아 야단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 때문에 곤경에 빠진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재개발.재건축과 무관한 다가구.다세대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은 물론 전셋값마저 떨어져 어렵사리 마련한 주택이 경매 처분되는 일이 흔하다. 임대 빌딩 및 상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공급 과잉으로 세가 안 나가 임대 수익은 고사하고 금융비용과 관리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파산으로 이어진다. 얼마나 긴박한 상황인가.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집값 때문에 난리니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일부 급등 지역의 투기 열풍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섰다. 예전 같으면 움찔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동안 걸핏하면 세무조사를 앞세웠으니 이제는 의례적인 일로 보는 모양이다. 그보다도 그까짓 세금 정도야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고수들은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빠져나갈 게 뻔하니 초보자들만 걸려들지 않을까 걱정될 뿐이다.

세무조사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었겠느냐만 이번에도 효과 없이 시장의 내성만 키우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시장을 받쳐 주는 실수요는 자꾸 줄어드는 반면 투자수요는 끊임없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의 신규 취업자는 줄고 소비력이 왕성한 40대 이상 직장인의 퇴직은 늘어만 간다. 그런 일이 심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믿었던 수입원이 없어지면 집 살 때 꾸었던 은행 돈의 이자 등을 못 내 고통을 받을 게 뻔하다. 다음 순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게다. 물론 경제가 좋아져 고용시장이 안정된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우리 여건을 고려할 때 그런 상황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고수들은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우리는 지금 부동산 버블 붕괴 전초전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비판할까. 정부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 둬야 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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