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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번개같이 내리더니 … 대출금리는 더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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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예금금리 인하는 번개같이, 대출금리는 굼벵이처럼.’

 금융회사의 고질적인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낮추자 은행권은 벌써 예·적금 금리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대출금리는 되레 올랐다. 19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개 시중은행 가운데 6곳이 가산금리를 최근 1년 새 올렸다. 일반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한 통계다. 국민은행 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해 9월 연 2.67%였지만 지난달 2.8%로 1년 만에 0.1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2.38%였던 가산금리를 2.66%로 높였다. 외환은행 역시 2.99%에서 3.15%로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가산금리에서만 한은 기준금리(2%)를 웃도는 3% 이상 금리를 챙기고 있는 셈이다. 대구은행과 농협·수협도 1년 전보다 더 높은 가산금리를 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도 비슷한 흐름이다. 대구·전북·씨티은행 등이 가산금리를 최근 1년 동안 올렸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에 맞춰 움직이고 가산금리는 개개인의 신용도나 담보, 대출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희망홀씨처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렸다. 제2금융권에서 했던 대출을 흡수하다 보니 전체 금리가 올라가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가산금리 문제를 지적했던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의 분석은 좀 다르다. “은행이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나빠지자 그 부분을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보전하려 하고 있다”고 유 의원은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데만 보조를 맞추는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은행권만 그런 게 아니다. 증권사도 발 빠르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수신금리를 내렸지만 비싼 대출금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대형 증권사가 CMA 금리를 연 0.25%포인트씩 이미 내렸거나 앞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CMA 금리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대로 떨어졌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6일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를 연 2.15%에서 1.9%로 내렸고 삼성증권도 RP형 CMA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85%로 낮췄다. 그러나 증권사의 대표적인 대출금리인 신용융자 적용 금리는 꿈쩍도 안 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나 증권금융에게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로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의 자금 대출 기간에 따라 1~15일은 5~12%, 180일을 초과하면 8.5~13%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대출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와 연동돼 움직이지 않는다”며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비싼 금리에 빌려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 10%에 육박하는 보험 약관대출 금리도 요지부동이다. 지난 16일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내용을 보면 삼성·메트라이프생명 등 약관대출 최고 금리는 확정 금리형 9%대, 금리 연동(변동 금리)형 7%대로 한 달 전과 차이가 없었다.

염지현·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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