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 초대 유미 사절단|순한글 신임장 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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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수호통상조약체결 다음해인 1883년9월18일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을 방문한 유미 사절단(전권 대신 민영익, 부대신 홍영식)일행 11명이 뉴욕의 핍스 애비뉴 호텔 대접견실에서 미국의「아더」대통령에게 제정한 신임장은 순 한글로 작성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김원모 교수(단국대·미국사)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이에 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엔 고종이「아더」대통령에게 보낸 신임장 외에 민영익 일행의 순 한글인사장도 포함되어 있는데, 뉴욕 헤럴드지(1883년9월19일자)는 관련기사와 함께 이 순 한글 신임장과 인사장의 사본을 게재하고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표음문자에 대해서 특기하고 있었다.
신임장의 내용을 보면『??됴선국 ??군주?? ??미국 ??니식텬덕(=백리뢰천덕·프레지던트=대통령)게 글월을 올리??. 이사이 두나라이 됴약(=조약)을 박구고(=교환)화의가 돗타우?? 전권??신 민녕익과 부??신 흥영식을 흠차(=흠차)하여 귀국의 보??서 폐??(=탕백)갑?? 녜(=예)을 닥긔노니 이 ??신들이 공번(=공반·공평)되며 충성허며 주밀(=주밀)??며 자서(=자세)??여 능히 ??의 속마음을 몸바더 고달(고달)헐 터이며 범사(=범사)의 변리(=판매)허미 적당허리니 다힝히 ??라느니 정성을 미루어 서루미더서 더욱 화목케 ??며 한가지 ??평을 누리게 ??시??. 생각허건?? ??한 귀(=귀)??니??텬덕(=대통령)도 깃거허실??리이로소이다. ??국(=개국)????구십이년 뉵월십이일(=1883년7월16일)』-.
l882년 당시 조선에 대한 청의 끈질긴 종주권주장을 뿌리치며 한미간에 체결된 수호통상조약에 따라 미국은 1883년5월 초대주조선공사로「푸트」를 파견했으며 조선도 이에 상응하여 7월15일에 사상처음으로 견미 사절단을 보낸 것이다.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에 도착한 것은 그 해 9월15일.
「아더」대통령이 마침 뉴욕에 머무르고 있었으므로 신임장 제정식은 뉴욕에서 거행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순 한글 신임장엔 우리나라 최초의 자주외교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체결 직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일양군은 그 진압을 구실로 서울에 진주했으며 조선은 청일양국세력의 각축장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때부터 청은 조선에 대한 종래의 종주권을 유지하고자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자행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실행된 순 한글 신임장의 제정은 자주외교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
한편 신임장 끝에 청의 연호를 쓰지 않고 개국연호를 쓴 것은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임을 확인시키려는 의지로 생각되어 더욱 돋보인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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