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남북이 60년간 날려 보낸 ‘종이폭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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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민간단체가 북으로 날려 보낸 ‘삐라(전단)’를 향해 북한군이 고사총을 발사하고 남측이 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삐라는 심리전 수단으로 남북 모두 오랜 기간 상대를 향해 살포해 왔다. 현재는 북한의 삐라가 남한 사회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데 반해 대북 삐라는 ‘최고 존엄’을 건드리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못 본 체하기 힘들다는 차이가 있다.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에는 지난 60여 년간 남북이 서로를 향해 날려 보낸 삐라가 수집·전시돼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 유엔군은 660종 25억 장, 공산군은 367종 3억 장을 뿌렸다. 한반도 전체를 20번 이상 덮는 분량이다. 그 많은 ‘종이폭탄’이 전선이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현재의 군사분계선 주변에 집중적으로 살포됐다. 가장 많은 종류는 귀순(투항) 권유 삐라였고, 전선에서 춥고 배고픈 겨울을 나는 병사들의 심리를 겨냥한 내용도 다양하게 제작됐다.

전쟁 후에도 삐라 살포는 계속됐다. 1960~90년대의 대남 삐라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미군에 대한 증오,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비난을 담고 있다. 대북 유화정책을 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난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북 삐라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체제의 우월성과 북한 최고위층에 대한 비난 등을 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한국전쟁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측이 만든 삐라를 시간순으로 보여 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쪽이 언제 날려 보냈는지 알 수 있다. 오른쪽 맨 아래가 최근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삐라인데 물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제작됐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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