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개그콘서트'의 '축복 받은 몸꽝' 출산드라 김현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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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려서부터 통통한 편이었다. 이른바 '축복'받은 몸. 몸짱 시대에 '몸꽝'으로 사는 게 어떻냐고? 옷살 때, 남자 만날 때 외에는 별 불만 없다. KBS2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 김현숙(27)은 몸무게만 빼곤 뭘 물어봐도 시원스럽게 대답해 줬다.

평생 딱 한번 다이어트를 해봤다. 대학(경성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연극판에서 활동할 때였다. 매번 카리스마 넘치는, 다소 거친 역만 떨어졌다. "비련의 여주인공도 할 수 있는데 뚱뚱하다며…." 두 달 동안 술도 끊고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다섯 시간씩 운동했다. 윗몸 일으키기만 하루에 240번씩 했다. 꼭 12㎏이 빠졌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원래 체중을 그대로 회복했다. "뚱뚱해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 모순 =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겠다는 출산드라의 의도와는 달리 객석의 웃음은 뚱뚱한 방청객을 놀릴 때 터진다. '넌 어찌하여 팔뚝만 축복을 받았느냐''온몸이 축복으로 넘치는구나. 아, 그런데 왜 가슴만 죄 지었느냐'등의 대사가 폭소 지점. "세상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개그란 게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잖아요."

실제 출산드라에게는 출산 계획이 없다. 결혼 생각이 없어서다. "요즘 남자들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사 분담도 제대로 안되잖아요."

# 축복 = 그에게 진짜 축복은 어머니다. 아버지 없이 3남매를 혼자 키운 그의 어머니는 자녀들 앞에서 늘 밝고 평화로웠다. "우리 집이 가난한 걸 중학교 때까지 몰랐어요." 수업료가 번번이 밀렸지만 학교에서 독촉을 받아본 일이 없었다. 알고 보니 늘 어머니가 먼저 담임교사에게 자세한 집안 사정을 적은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현재 두살 위인 오빠는 의대를 나와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고, 다섯살 아래 남동생은 신학대학에 다닌다.

# 금기 = 종교는 정치보다 더 벽이 높은 금기 소재다. 출산드라는 처음부터 개신교를 희화화했다는 비난에 부닥쳤다. 그가 외치는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그 끝은 비대하리라'는 성경 구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의 패러디. '먹다 지쳐 잠이 들면 축복을 주리니~'란 엔딩 노래도 찬송가 '영광 영광 할렐루야~'를 개사해 불렀다. (비난이 빗발쳐 2회부터 노래 곡조를 군가 '사나이로 태어나서~'로 바꿨다.) '먹습니까'라고 물어 '먹습니다'라는 대답을 유도하는 것도 교회의 '믿습니까-믿습니다'를 연상시킨다. 3월 20일 출산드라가 첫 방송된 뒤 하루 동안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1000건 넘게 올라왔다. 이러다 칼 맞아 죽는 거 아니냐는 겁도 났단다. "개신교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를 패러디한 것"이라는 김현숙은 현재 서울 길음동 송천교회에 다니는 기독교인이다. "우리 교회 목사님은 '잘 해서 뜨라'며 격려해주시던걸요."

# 대박 = 그의 TV 데뷔는 우연이었다. 2003년 뮤지컬 '펑키펑키'에 함께 출연했던 개그우먼 김지혜가 자신의 연인인 박준형(갈갈이패밀리 대표)에게 "진짜 웃기는 언니가 있다"고 소개한 게 계기가 됐다. 지난 1월 '개그콘서트'에 '꼭 그렇지만은 않아'라는 코너로 데뷔했고, '봉숭아 학당'에서 출산드라 캐릭터를 선보이자마자 전국 스타가 됐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팬은 그를 못 알아본다. 얼굴 크기만 한 가발과 두 겹짜리 의상을 벗고 나면 TV에 나오는 모습의 딱 절반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기가 잘 실감이 안난다. 돈도 생각만큼 많이 벌지는 못한단다. "CF를 찍어야 돈이 되는데. 제가 눈.코.입 하나하나 보면 아주 예쁘거든요. 화장품 CF도 할 수 있다고 써주세요." 사실인데도 웃음이 나왔다.

글=이지영,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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