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의미 잘 읽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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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그동안 한.미 간에 불거졌던 동맹 불화설 및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양국 정상은 수차례에 걸쳐 동맹의 건강성을 과시했으며 북핵 문제도 평화적 해법이라는 한목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미국 내 강경파와 한국 내 대북 포용파 간의 시각차가 큰 것으로 비춰져 양 정상 간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이제 큰 틀에서 '봉합'을 일궈낸 만큼 그 토대 위에서 보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래, 6자회담이 표류하고 남북 관계까지 경색되면서 한반도에는 6월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미 강경파들의 대북 무력 제재설이 공공연히 언급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의 파열음까지 가세해 국민의 불안감도 증폭됐다. 이번 회담으로 그 같은 불안감을 어느 정도 털 수 있게 돼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간에 "한두 가지 작은 이견이 남아 있다"고 밝혔으나 큰 장애가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자유와 민주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한 동맹의 정신에 따라 협의를 충실히 진행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 핵 문제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하루빨리 평화적으로 해결돼야만 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폭군'이 아닌 '미스터 김정일'로 부드럽게 호칭했고, 대북 침공 의사가 없음을 재천명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정상적인 북.미 관계가 가능할 것임을 처음으로 밝히는 등 평화적 해결의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해 대화의 장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고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떨쳐내야만 한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한국으로서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론을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북한 지도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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