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 합의, 실천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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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핵 보유 불용과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한.미 동맹이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데도 견해를 같이했다. 북핵 문제가 매우 화급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두 정상이 한.미 관계의 확고한 공조체제를 다짐한 것은 일단 의미가 크다.

문제는 이런 합의를 현실에서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그동안 세 번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이번과 같은 원칙이 천명됐었다. 그러나 그 뒤 북핵 해결 방향을 놓고 양국은 현격한 시각차를 보여 왔다. 2003년 5월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 여기서 '추가적 조치'란 대북 압박도 포함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양국은 이 대목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왔다. 미국은 지난 2월 북한의 핵 보유 선언 뒤의 상황은 추가적 조치를 검토할 때가 온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불과하니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남북 교류와 협력은 북핵 문제의 전개 상황을 봐가며 추진한다'는 또 다른 합의에 대해서도 엇박자를 냈다. 비료 제공이 대표적이다. 이러니 북핵 불용이니 평화적 해결이니 합의해도 효과적인 대응책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이런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두 정상 간의 신뢰가 지속되는 게 필수적이다. 이번 회담은 부시 대통령이 북핵과 한.미 동맹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속생각'을 듣고 싶어 이뤄졌다고 한다. 두 정상이 '발표되지 않은' 솔직한 대화에서 보다 깊은 신뢰의 폭을 다졌으면 한다. 특히 노 대통령이 밝힌 것으로 알려진 북핵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소진 시기'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있었기를 바란다. 북핵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데 '외교 노력이 소진됐다, 남아 있다'라고 양국이 옥신각신한다면 북핵 해결은 불가능해지고 정말 위기가 닥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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