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없애 이통사 경쟁 촉진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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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동통신 시장의 고객 차별을 줄이고 가계 통신비를 내리기 위해 시작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소비자·판매점의 불만이 커지면서 여야 정치권에선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컨슈머워치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단통법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16일 개최했다.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보조금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이동통신사간 요금경쟁을 촉진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통법으로 소비자 간 차별은 없어졌지만 보조금 상한선을 묶어두면서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비싸게 사게 됐다”며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이동통신사이며, 제조업체·유통업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후발기업이 품질개선을 할 경우, 평균 8.7% 요금이 인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금인가제는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요금인가제는 1996년 1등 통신사업자의 요금 인하를 막아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조금 상한선을 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휴대전화 산업은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도와 ‘얼리 어답터’적 경향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며 “보조금 상한선을 둔 게 결국은 소비자 후생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은 시장 수급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의 혼돈을 야기했다”며 “저가 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보조금 확대와 요금 할인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파악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내리려면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통법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제도”라며 “외국에 비해 국내 제조사를 역차별하고, 경쟁을 억제해 소비자는 물론 대리점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 과소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였던 저가요금제 가입자 비율은 이달 48.2%로 늘었다. 중고폰 가입자도 일평균 약 2900명(전체 가입자의 4.2%)에서 법 시행 이후 5000명(10.3%)로 증가했다. 연합회 측은 “2년 약정이 끝나는 소비자가 매달 약 60만 명씩 생겨나고 있어 중고폰 이용 소비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따라 이통사의 경쟁 구도도 ‘소모적 보조금 경쟁’에서 ‘고객 가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동통신 3사 및 단말기 제조사 핵심 경영진들과 긴급 회동을 한다. 단통법 시행 이후 주무부처 수장이 이들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해용·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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