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 읽기] 중국판 '시학' 쉽고도 깊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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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심조룡
김민나 지음, 살림
376쪽, 1만9000원

동서양 고전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재가공하는 시리즈 'e시대의 절대사상' 중 제 9권이다. 문심조룡은 5세기 중국 위진 남북조 시대 양나라 사람 유현이 지은 문학이론서다. 중국의 명문을 모은 고문진보(古文眞寶)와 더불어 중국문학 애호가, 연구자들이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일찍이 중국 근대문학의 거장 루쉰(魯迅)이 "서양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있다면 동양엔 '문심조룡'이 있다"고 평한 책이기도 하다.

기원전 12~13세기에서 6세기까지에 걸친 중국 문학 장르의 기원과 발전과정을 구체적이고 풍부한 실례를 들어가며 두루 살핀 원전은 사실 쉽지 않다.

책은 시리즈 성격답게 중국 고전 문심조룡(文心雕龍)을 평생 화두로 삼은 지은이가 요모조모 친절하게 설명한 것이다. 제목 중 '문심'은 창작, 감상, 비평 활동을 하는 인간 마음의 움직임을 말하고, '조룡'은 용을 조각하듯 문학 창작 과정에 세심한 주의력과 기교가 요구됨을 뜻한다.

지은이는 문심조룡 연구로 석박사를 마친 전문가답게 원전의 시대적 배경, 작가 유협의 생애, 현대적 의미 등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원전을 주제별로 조목조목 짚어냈다. 그에 따르면 문심조룡은 전통과 개혁, 내용과 형식 등 문학의 핵심적이고도 보편적인 문제를 다뤘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는 물론, 문화현상 전반을 해석하는 틀로 손색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국내 번역본과 관련 연구서를 소개해 고전 깊이읽기를 충실하게 안내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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