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금융사기 '불명예 2관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농협이 금융사기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금융사로 ‘불명예 2관왕’을 차지했다. 공인인증서 유출과 타인 명의 대포통장 발급이 여전히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해킹 사고가 발생한데다 시골 지역에 지점이 많아 관리가 허술한 허점을 노렸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은행별 공인인증서 유출로 인한 폐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싱과 해킹으로 유출된 은행 공인인증서는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만537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15건에서 2012년 8건, 지난해 5371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8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별로는 농협이 39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 3365건, 신한은행 2089건 순이다. 농협과 국민&신한은행은 지난해에도 각각 1540건, 1423건, 739건으로 공인인증서 유출사례가 가장 많았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의 필수요건으로 활용되는 대포통장 역시 농협이 전체 발급 건수의 절반에 육박한다. 농협은 ‘대포통장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지난 3월 말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 자체 집계한 통계를 근거로 '전쟁' 선포 100일 만에 전체 대포통장 가운데 농협의 비율을 58.6%에서 2.8%로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명을 벗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금융회사별 대포통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만1082건의 가운데 농협중앙회(단위조합)에 발급한 통장이 3408건(30.7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정사업본부(우체국)가 2403건(21.68%), 농협은행 1554건(14.02%), 새마을금고 1115건(10.06%), 증권사 623건(5.62%) 순이다. 농협은행과 단위조합을 합치면 비중이 44.77%에 달한다.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누적 피해액은 올 상반기에만 3921억원이다. 금액으로도 농협중앙회가 259억6100만원으로 가장 많다.

농협은행도 119억3900만원으로 우정사업본부(181억) 다음으로 많다. 김기준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은 대포통장의 주요 발급처로서 금융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관리가 열악하다”라며 “단속이 소홀한 금융사로 대포통장 발급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감독당국과 금융사 자체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