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의사도 어민?…어업보상금 노리고 배 구입한 가짜 어민들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어업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출입항 기록 등을 위조해 보상금을 받도록 도와준 브로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위조해준 서류로 어업 보상금을 챙긴 이들만 47명인데, 대부분 가정주부나 회사원 등으로 어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16일 출입항 신고서와 어판 실적 등의 서류를 위조해준 혐의(사기 등)로 브로커 정모(53)씨를 구속하고 안모(55)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금품을 주고 서류를 위조해 보상금을 챙긴 혐의(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전모(44)씨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 브로커 3명은 배의 출입항 신고서와 어판 실적, 면세유 공급 실적 등의 서류를 위조해주는 대가로 건당 600만원에서 1200만원을 받는 등 총 1억85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2008년 4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추진되는 인천신항 건설사업으로 어업을 중단하는 어민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는 점을 노렸다. 2007년부터 이 지역에 "배만 있으면 어업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2000만원 상당하는 낡은 배 값이 1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정씨 등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배를 구입하는 것부터 관련 서류까지 모두 작성해 주겠다"며 구매자를 모았다. 이렇게 모인 전씨 등 가짜 선주 47명은 이들이 위조해준 서류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제출해 1인당 550만원에서 4500만원의 어업 보상금을 받았다. 이들에게 지급된 어업 보상금만 7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선주 중에는 회사원이나 가정주부는 물론 의사·교사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들 대부분은 투자 목적으로 배를 구입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브로커들이 위조한 서류로 어업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선주 30명의 신원을 추가로 파악했으며, 이들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