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서울시 주택정책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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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시.경기도와 정부 사이에 주택 정책을 둘러싼 마찰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 8일 간부회의에서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 없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건 중앙정부가 아니라 군청 정도에서 하는 수준"이라며 '뉴타운 특별법' 등 시 차원의 부동산 대책을 들고 나왔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오히려 정부가 잘못 건드려서 가격이 더 올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정부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용해 서울시 입장을 무마해 보려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서울시장이 실질적으로 한 사업은 청계천 개발과 시청앞 잔디 깔기 같은 전시적인 것일 뿐 정작 취임 초 발표했던 뉴타운 플랜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뉴타운 등을 실제 협의해 보면 서울시의 일인데도 협조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최창식 서울시 뉴타운사업본부장은 "은평뉴타운이 내년 2월 분양에 착수할 정도로 사업 속도가 빠른데 '추진 실적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다른 뉴타운 사업도 올해부터 구체적인 사업 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건교부가 안성 미니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자 지난 7일 도내 부시장과 부군수를 긴급 소집해 "국가가 수도권 인구 증가를 선도하는 주택 정책을 펼치면서 (지자체에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경기도 내 시.군이 정부와의 모든 협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 지사는 지난달 초 수도권정책협의회에서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을 놓고 이해찬 국무총리 등과 설전을 벌이다 퇴장한 적이 있다.

정부와 서울시.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 간 주택 정책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정책 문제는 이 시장과 손 지사가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후보로서 자신에게 쏠릴 수 있는 집값 불안의 책임을 걷어내면서 참여정부의 대표 정책인 수도권 분산 및 집값 안정 정책의 실패를 공격할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도 가만히 있다가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쓰므로 역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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